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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자의 좌충우돌]초보, ‘ 할리데이비슨 팻보이를 타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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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자의 좌충우돌]초보, ‘ 할리데이비슨 팻보이를 타다’

사진부 박민규 2014.09.01 15:39

 

드디어 할리를 탔다. 할리데이비슨 FLSTF 팻보이. 감성의 모터사이클이다. ‘남자의 로망’과 오버랩 되는 모델은 십중팔구 할리데이비슨일 것. 스피드 보다는 소리와 느낌으로 탄다

할리데이비슨 FLSTF팻보이. 감성의 바이크다. 도시와도 잘 어울린다.


배기량 1690㏄ 가솔린 공랭식 V형 2기통 엔진이다. 가격은 2800만원. 시트고는 690㎜. 다리를 내리면 충분히 지면에 닿는다. 심지어는 무릎도 적당히 굽혀진다.

꽉 차고 다부진 할리데이비슨 팻보이의 차체 외관. 시트고는 690㎜로, 앉으면 1인용 소파처럼 편안하다.



그동안 발끝에만 몰렸던 신경이 발바닥 전체로 퍼지니 처음에는 어색하다. 지금까지 타본 바이크 중 가장 착지성이 좋다.

공랭식 트윈캠 103 엔진. 103 큐빅 인치를 ㏄로 환산하면 배기량 1690㏄.



육중한 덩치는 보자마자 사람을 주눅 들게 한다. 중량 313㎏. 부담스러운 무게다. 근심 어린 눈빛으로 팻보이를 바라보자 할리데이비슨 한남점 오관석씨는 어렵지 않다며 일일이 설명해준다.

팻보이 계기반. 클래식하고 심플하다.



사이드 스탠드가 내려져 왼쪽으로 기울어진 모터사이클을 똑바로 일으켜 세우는 법부터 알려준다. 바이크와 함께 왼쪽으로 기울어진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으면서 동시에 왼 무릎을 세우는 것이 요령. 여기서 포인트는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 그래야 쉽게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단다.

무겁지만 처음 생각처럼 힘들지는 않다. 바로 세우면 1인용 소파에 앉은 것처럼 편안하다. 다른 메이커의 모터사이클과는 편의장치 배열 등에 차이가 있다. 방향지시 컨트롤러가 주로 왼쪽 핸들에 있는 것과 달리 양쪽 핸들에 하나씩 버튼이 달려 있다. 회전하는 쪽 핸들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된다. 한 번 더 누르면 꺼진다.

팻보이의 왼쪽 핸들. 클랙슨, 인포메이션, 조명 버튼과 함께 맨 아래 좌측 방향지시 버튼이 위치해 있다.



팻보이의 오른쪽 핸들. 스타트 버튼과 오른쪽 방향지시 버튼이 위치해 있다.



기어시프트 레버도 다른 브랜드와 다르다. ‘시소’ 형태다. 앞과 뒤에 고무레버를 각기 달았다. 앞은 기어를 내릴 때, 뒤는 올릴 때 사용한다.

기어를 고단에서 저단으로 내릴 때는 왼쪽 발바닥 앞부분을 이용해 앞 패들을 밟으면 된다. 기어를 올릴 때는 뒤꿈치로 뒷 패들을 가볍게 찍듯이 누르면 된다. 다른 모델에 비해 발등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라이딩 부츠의 코가 까지지 않는다고 한다.

‘시소’ 모양의 기어시프트 레버와 보드 타입 발판이 세트로 붙어 있고. 바깥쪽으로 먼거리 여행시 유용한 하이웨이 패그(장거리 발판)이 달려 있다.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자주 사용해보니 적응이 된다. 속도를 올리면서 뒷금치로 기어레버를 ‘콕콕’ 찍을 때마다 막혔던 가슴이 ‘뻥뻥’ 뚫리는 느낌.

풋 레스트(발 받침)는 ‘곰발바닥’처럼 크다. 주행 중 편안하게 다리를 간수할 수 있다. 장거리 여행 시 편안한 발 포지션을 제공하는 하이웨이 패그(장거리 발판)도 옵션으로 달려 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주행풍을 고스란히 맞지만 힘겹지는 않다. 80㎞ 정속주행시가 가장 안정적. 적당한 속도에 시원한 바람까지 부니 기분이 좋아진다.

배기량 1690cc의 팻보이는 공랭식 V형 2기통엔진이다.



좀 더 거칠게 당겨보기도 하지만 이내 슬그머니 풀게 된다. 쏟아지는 바람을 뚫고 쏜살같이 내 뺄 수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바람을 피해 고개를 슬쩍 숙이면 대형 헤드램프를 둘러싼 크롬케이스에 내 얼굴이 비친다. 맑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과 주변 건물들이 볼록 거울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지만 나는 그대로다.

할리데이비슨 팻보이의 대형 헤드램프.



대형헤드램프 크롬케이스에 비친 하늘과 주변의 모습.



팻보이는 휠이 특이하다. 17인치 알루미늄 재질이다. 가장자리에 작은 구멍들이 좁은 간격으로 둘러져 있다. 마치 총알이 낱낱이 박힌 듯하다. ‘실버 블렛 디스크 캐스트 휠(Silver Bullet Disk Cast Aluminum)’이라고 불린다. 팻보이의 중요한 매력 중 하나란다. 타이어 폭은 앞이 140㎜, 뒤가 200㎜. 뒷바퀴폭은 웬만한 소형 승용차보다 넓다. 그만큼 안정적 주행이 가능.

17인치 알루미늄 재질의 ‘실버 블렛 디스크 캐스트 휠(Silver Bullet Hole Cast Aluminum). 총알이 촘촘히 박힌 듯한 디스크 캐스트 휠은 남성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



팻보이의 남성미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것은 엽총(샷건) 스타일의 머플러다. 풍만하고 기름진 바디에 엽총을 걸어 놓은 것처럼 날렵한 디자인을 완성시켜준다. 역시 미국은 총기의 나라다.

샷건 스타일의 머플러. 날렵한 디자인을 완성시켜준다.



팻보이(FAT BOY)라는 명칭은 이름 그대로 뚱뚱하다는데서 비롯됐다. 1989년 개발 당시 마케팅 담당자가 장난스럽게 ‘뚱보 소년’이라고 칭한 것이 그대로 모델명이 되었다.

할리데이비슨 팻보이를 타면 앞지르기, 끼어들기에 신중해진다. 초보의 능숙하지 못함도 있지만 굳이 무리할 생각이 애초부터 들지 않는다. 조급함에서 벗어나니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된다. 새차를 샀을 때처럼 운전이 젠틀해진다.

할리데이비슨 팻보이(FLSTF)는 1990년 출시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교차로에 섰다. 기어를 중립에 넣어야 하는데 힘들다. 초보에게는 ‘하늘에 별 따기’다. 기어 시프트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다 결국 포기했다. 1단과 2단을 계속 반복하며 그 사이에 있는 ‘N(중립)’은 그냥 스쳐 지나간다. 신호가 바뀔 때까지 꼼짝없이 클러치를 붙잡고 있는 벌(?)을 받아야 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다른 메이커에 비해 예민하다고 한다. 감을 느낄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듯. 그러나 시승이 이어질수록 ‘중립기어넣기’ 성공률은 비약적으로 계속 높아졌다.

팻보이 뒷 바퀴는 폭이 200㎜. 웬만한 소형차 바퀴 보다도 넓다. 안정적 주행이 가능.



마초적 남성미를 강조한 외관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선보인 ‘남자의 바이크’ 할리데이비슨 팻보이. 오히려 여성 라이더가 탄다면 더 신선한 역설적 아름다움이 있을 듯하다.

가볍게 스로틀을 당기면 시트를 타고 허리를 거쳐 어깨에 이르는 매혹적인 떨림이 있다. ‘두구 두구 두구’ 귓전을 때리는 고동감. 이 맛에 할리를 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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