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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자의 좌충우돌]초보, '클래식을 타다'

사진부 박민규 2014.07.14 19:54

 


클래식을 탔다. 아날로그 감성이다. 시동버튼도 없다. 발로 밟아 시동을 건다.

레트로스타일 바이크 야마하 SR400


야마하 SR400. SINCE 1978. 36년 전에 태어났다. 외관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레트로’(복고)한 맛이 있다. 요즘 바이크와 달리 비쩍 말랐지만 예쁘다.

배기량 399㏄. 공랭식 단기통이다. 시트고는 785㎜. 발착지성이 좋다.

자전거를 탄 것 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나간다.



무게는 174㎏으로 가볍다. 좁은 도로나 골목길을 지날 때도 힘들이지 않고 부드럽게 헤쳐 나간다. 마치 자전거를 탄 것 같은 느낌이다.

스포크 휠 방식의 앞뒤 타이어는 자전거 바퀴살과 비슷하다. 연에 붙인 댓가지처럼 바람 따라 살랑살랑 날아다닐 것 같다. 스포크 휠은 경쾌하고 충격흡수가 좋단다.

스포크 방식의 휠이 장착된 앞타이어. 자전거 바뀌와 비슷하다. 경쾌하고 충격흡수가 좋다.



타이어 폭은 좁은 편. 방향전환이나 회전 시 편하게 돌아간다. 다만 급커브나 빗길 사고 나는 것을 막기 위해 도로를 세로로 길게 파서 만든 미끄럼 방지 홈에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차량 타이어 사이즈에 맞춰 좁은 간격으로 파진 홈은 작은 바퀴의 SR400을 춤추게 만든다. 홈사이에 바퀴가 끼여 달리는 동안 핸들이 요동을 친다. 역시 우리나라는 자동차 위주다.

SR400은 스피드가 목적인 바이크는 아니다. 400㏄라는 배기량에 몰입돼 고rpm으로 스로틀을 거칠게 당긴다고 해서 땅을 박차고 나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탈탈거리면서 정숙하게 가는 ‘맛’이 더 좋은 바이크다.

SINCE 1978. SR400은 36년간 풀체인지 없이 변하지 않은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


1단 기어를 넣고 조금만 속도를 내도 부담스럽다. 기어를 올리지 않고 무리하게 가속하면 무겁게 억지로 나간다는 느낌. 적당히 속도가 올라가면 바로바로 기어를 고단으로 올려 회전수를 낮추고 여유 있게 주행하는 것이 포인트.

폭발적인 퍼포먼스가 없다고 성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 앤티크한 몸체로 사뿐사뿐 나가는 모습을 본다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클래식한 외형에 추가로 고전적 향수를 더욱 자극하는 것이 바로 킥 스타터이다.

모터사이클 엔진의 시동방식 중 하나. 운전자가 발로 스타터 레버를 밟아 그 회전력을 크랭크축에 전달하여 엔진을 시동한다.

요령이 필요하다. 무조건 걷어찬다고 시동이 걸려주지는 않는다.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을 때는 쉽게 걸렸지만 혼자 하려니 어렵다.

SR400의 가장 큰 특징은 스타트 버튼이 없는 것. 아날로그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킥 스타터로 발을 구르며 시동을 건다.



점심약속이 있어 SR400을 타고 잠시 시내에 나왔다. 마치고 나오며 걱정스런 마음으로 바이크로 향했다. “시동 잘 걸릴까?”

매뉴얼대로 왼쪽 클러치 아래 달린 감압레버를 눌러 킥 레버를 가볍게 한 후 힘차게 밟았지만 실패.

SR400는 킥 스타터 방식. 왼쪽 핸들 아래 있는 작은 감압레버를 당겨서 압축을 해제한 후 발을 굴러 시동을 건다.



이러기를 10여 차례. 옆에 있던 외국인 라이더가 안 돼 보였는지 한 참 옆에서 지켜본다. 신경 쓰인다. 뙤약볕 아래서 발을 구르며 힘을 썼더니 온몸이 땀 범벅. 한참을 시도하니 어찌어찌 시동이 걸린다. 외국인은 안보였다. 그 사이 갔나보다.

그 후에도 시동을 한 방에 건 적이 없다. ‘킥 스타터’ 나한텐 어렵다. 그래서 어지간해선 시동을 끄지 않는다. 겨울 화롯불 대대로 물려주듯 웬만하면 키를 ‘OFF’하지 않는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공랭식 400㏄ 단기통 엔진은 실린더 내부 압력으로 킥 스타터가 상당히 무겁다. 피스톤 포지션 센터를 달아 놓아 쉽게 시동을 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시내도로다. 차들은 막혀 꼬리를 물고 간다. SR400의 가벼운 핸들과 무게가 꼬리에 붙어도 힘들지 않다. 다리를 내리지 않고도 오랫동안 버틸 수 있다.

클러치는 케이블 방식. 무겁지 않고 부드럽다. 그렇지만 꽉 잡지 않으면 기어가 잘 안 들어간다. 그동안 검지와 중지로 클러치를 잡았지만 SR400은 손가락을 다 써야 한다. 대신 완전히 클러치를 당기면 기어는 아주 부드럽게 변속이 된다.

세로 빗살무늬의 레트로(복고) 스타일 헤드라이트.



단기통 400㏄에서 나오는 배기음은 헬멧을 쓴 상태에서 귀를 쫑긋해야 들린다. “두구두구” 감성적인 소리다. 정속 주행 시 경쾌한 느낌의 소리가 지속적으로 귓전을 때린다.

슬림하고 심플한 바디에서 나오는 무채색의 날렵함은 흑백영화에서나 봄직한 향수를 자극한다. 물방울 모양의 연료탱크는 전통을 살렸다.

물방울 모양의 연료탱크는 고전적인 감성을 살렸다.



야마하 SR400은 타는 것 이상으로 보는 느낌이 좋은 바이크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 엔진에서 머플러까지 연결되는 스테인리스 파이프는 가히 ‘예술’이다.

불편해도 LP판을 듣는 이유는 매뉴얼이 주는 감성을 느끼기 위함이다. 지지직거리는 소리도 매니아에게는 즐거움. 탈수록 마음이 열린다.

엔진에서 머플러까지 연결되는 스테인리스 파이프. 산화 방지를 위해 나노코팅 처리가 되어 있다.


이런 감성을 만끽하는 사이 ‘일발 시동’의 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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