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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의 좌충우돌]초보, 이번엔 ‘800㏄를 타다’

사진부 박민규 2014.07.07 17:09


800㏄를 탔다. BMW모토라드 라이딩 스쿨에서 경험했던 F800R. 그러나 낯설다.



수랭식 병렬 2기통엔진의 BMW F800R. 다이내믹한 라이딩의 즐거움과 도심속 편안함을 제공한다.


직전에 탔던 혼다 CBR500R에 대한 습관이 아직 몸에 밴 탓. 기어시프트와 뒤 브레이크 페달의 위치가 좀 더 모터사이클 뒤쪽에 위치해 있다. 헷갈렸다.

오른쪽 뒤 브레이크 페달은 그래도 괜찮았다. 문제는 기어 변속.

왼발을 헛디딘다. 기어 페달에 발이 닿지 않는다. 장님 문고리 잡기다. 몸이 예전 바이크의 페달 위치를 기억하고 있던 것.

F800R의 기어 시프트 패달. 레플리카인 혼다 CBR500R보다 뒷쪽에 놓여 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달리던 도중 고개를 숙여 몇 번이고 위치 찾기를 반복했다. 앞차와 추돌할 뻔했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아마도 레플리카(Replica)와 네이키드(Naked)의 차이인 것 같다. 모터사이클 마다 특성과 형태에 따라 종류가 구분지어진다.

혼다 CBR500R은 레플리카다. ‘복제’라는 뜻으로 실제 경기에 나서는 레이싱 바이크와 유사한 바이크를 말한다. 경주용과 비슷하게 생겼다.

앞으로 쏠린 형태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 허리를 많이 굽힌다. 정확한 용어는 ‘스포츠 바이크’. 일명 R차라고 불린다.

F800R은 네이키드 바이크다. 바이크 전면 덮개가 없는 스포츠 바이크를 네이키드라고 한다.

레플리카와 모양은 비슷하나 덮개 즉 ‘카울’이 없다. 레플리카에 비해 허리를 펴고 주행하기 때문에 자세가 편안하다. 핸들도 R차에 비해 높다.

피로감도 덜해 장시간 운전에 적합하다. 그러나 덮개가 없기 때문에 고속주행 때는 바람의 영향을 받고 소리도 크게 난다.

R차와 네이키드의 차이. BMW F800R(왼쪽)과 혼다 CBR500R. 네이키드인 F800R에 비해 레플리카인 CBR500R은 덮개인 ‘카울’로 덮혀있다.



F800R은 배기량 798㏄ 수랭식 병렬2기통이다. 무게는 199㎏. 최대토크는 8.6㎏·m/6000rpm. 시트고는 800㎜. 양발이 바닥에 닿긴 한다. 발끝으로.

연료탱크는 다른 바이크와 달리 시트 아래에 위치한다. 그 만큼 무게중심을 낮추고 전자장치의 배선을 간단하게 했다.

F800R의 연료 탱크는 시트 밑에 자리잡고 있다. 무게분산 뿐만아니라 전자장치의 배선을 간단하게 만든 것이 장점.



무게에 대한 부담은 없다. 완전한 발착지성은 아니지만 한쪽발만 길게 내리면 오래 대기해도 힘들지 않다. 뒤에 붙은 기어시프트 페달에 대한 심각한 헷갈림도 몇 번 타보니 사라졌다. “적응 완료”

인왕산 길을 탔다. 경향신문에서 강북삼성병원쪽으로 신호등 한번만 건너면 옛 기상청 길이다. 그 길을 조심스럽게 오르면 사직공원입구. 거기서 자하문까지가 인왕산길이다. 일명 ‘인왕스카이웨이’.

스로틀을 당겼다. 풀내음이 가볍게 바람에 실려 왔다. 당길수록 그 냄새가 강해졌다. 막힌 코가 뻥 뚫리는 느낌.

BMW F800R을 타고 ‘인왕스카이위에’를 달려본다. 풀내음이 상쾌하다.



서울 도심에서 드라이브하며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차를 탔으면 아마 창문을 활짝 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들이킨 자연의 향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 맛에 드라이브를 하나 보다.

꼬불꼬불 커브길이 이어진다. 어차피 속도를 낼 필요가 없는 길이다. 대신 부드러운 코너링이 필요하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며 모터사이클을 눕혀 본다. 부드럽게 돌아간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상치 못한 일을 겪었을 때 나오는 나만의 행동. 공부 안하고 본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을 때의 기분 좋은 느낌이다.

생각보다 쉽다.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바이크가 눕혀지고 핸들이 가볍게 돌아간다. 코너링을 할 때 핸들이 휘청거리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이전의 기억이 아직 트라우마로 남았지만 일시에 해소되는 느낌이다.

F800R은 다루기 쉽다. 800㏄급 미들급 바이크로 입문자나 여성라이더들도 쉽게 친숙해 질 수 있다.



DSLR 카메라 ‘오토모드’ 와 비슷하다. 이 모드에서는 셔터만 누르면 카메라가 알아서 찍어 준다. 포커스와 노출은 자동. 오직 ‘앵글’만 자신이 결정하면 된다.

F800R은 입문형 미들급 바이크라는 목적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필름회사 코닥은 1888년 “당신은 찍기만 하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하겠습니다”라는 카메라 판매 광고로 역사에 남을 멋진 카피를 남겼다. F800R도 “당신은 스로틀만 당기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좀 더 용기를 내서 과감하게 바이크를 눕히며 스로틀을 당겼다. 역시 결과는 대만족.

라이딩 스쿨에서 배운대로 우회전에는 오른쪽 핸들을 밀고 좌회전에는 왼쪽 핸들을 밀었다. 일명 ‘카운터스티어링’이다. 앞 타이어와 반대(카운터)로 꺾는다고 해서 붙혀진 용어.

모터사이클을 원하는 방향으로 운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사실 어려운 말 같지만 자전거를 탈 줄 안다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하는 동작이다.

슈퍼바이크 챔피언 조항대 선수(투휠바이크)가 BMW 모토라드 라이딩 스쿨에서 카우터스티어링에 대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오른쪽으로 가려면 오른쪽 핸들을 밀고 왼쪽은 왼쪽핸들을 밀면 자연스럽게 회전한다. 갑작스런 위험에도 연습해두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모터사이클을 기울여야한다. 오른쪽으로 기울이려면 오른쪽 그립을 누르면 된다. 많이 누르면 많이 기울여지고 적게 누르면 적게 기울여진다. 반대편도 마찬가지.

방향전환은 비단 좌우회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도로위에 떨어진 돌멩이나 급정거하는 차량을 피할 때도 써먹을 수 있다. 평소에 연습해두면 안전운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F800R은 초보자인 나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타는 즐거움을 느끼게도 해준다. 화려함은 없지만 기본에 충실한 바이크란다. 그래도 내게는 크고 화려하다.

F800R의 계기반. 속도, RPM, 연료게이지가 일목요연하게 배치, 보기편하다. 수치상 최고속도는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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