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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의 좌충우돌]초보, '500㏄를 타다'

사진부 박민규 2014.07.01 13:54

 




500㏄를 탔다. 혼다 CBR500R. 생각보다 크지도 무겁지도 않다. 샤프한 모습이다. 그러나 외관에서 오는 심리적 위압감은 없다.

배기량은 471㏄. 가솔린, 수냉식 병렬 2기통이다. 최대토크는 4.5㎏·m/7000rpm이고, 연비는 41.1㎞/ℓ(60㎞ 정속주행시). 수동 6단의 대배기량 입문을 위한 미들급 바이크다.


혼다 CBR500R. 배기량 471㏄의 대배기량 입문을 위한 미들급 바이크다. 코너링시 가볍고 날카롭게 돌아간다.


시트고는 785㎜. 키 165㎝ 이상이면 누구나 다리를 편하게 내릴 수 있다. 무게는 190㎏. 적당한 무게다. 가속능력과 바이크 컨트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적절한 선택이다.

동급 모터사이클에 비해서는 가벼운 편. 무게중심이 중앙에 있어서 똑바로 서 있으면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만 옆으로 기울여 보면 묵직함이 느껴진다.

CBR500R은 경량급 모터사이클의 기민함과 중형급의 효과적인 출력을 동시에 발휘한다. 가벼운 시내주행과 투어링이 모두 가능하다. 가벼운 핸들링과 밸런스는 ‘500㏄’의 어감 자체가 주는 부담감을 가볍게 떨쳐낸다.

맞춰 입은 옷처럼 착 달라붙는다. 가볍게 무릎을 조이면 바이크와 한 몸이 된 느낌. 피트감이 좋고 어색함이 없다.

눈매가 올라간 CBR500R의 헤드라이트. 양쪽으로 나뉘어져 더욱 스포티해 보인다.



파주 운정신도시 집에서 서울 정동 회사까지 거리는 대략 왕복 70km. 시승을 위해 일부러 짬을 내지 않아도 된다. 시간도 충분. 타면서 실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늘 다니는 길이지만 모터사이클에 익숙해질수록 새롭다. 처음엔 앞만 보고 달렸다면 이젠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긴 것. 맘껏 속도를 내다가 적당히 스로틀을 밀어 타협도 해본다.

지난번 시승했던 CBR125R에 비하면 힘이 차고 넘친다. 적당히 당겨도 힘들이지 않고 시속 100㎞를 쉽게 돌파한다.

멈춰선 상태에서의 배기음은 얌전한 새색시 같다.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기어를 넣고 달리기 시작하면 점차 거칠어진다. 그렇다고 소음은 아니다.

부드럽게 출발하지만 속도가 붙으면 마치 뒤에서 누가 미는 듯 힘차게 나간다. 저단기어에서 엔진회전속도(rpm)를 올려도 그리 무겁지 않다.

혼다 CBR500R은 시내주행과 투어링 모두 가능하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부드럽고 가볍게 나간다. 폭주보다는 안정적인 완주를 위한 세팅이다. 출퇴근용으로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마음이 편해지니 운전하기도 수월하다. 기어 변속도 많이 익숙해졌다. 변속 시 꿀렁거림은 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가끔 속도를 낮추면서 엔진회전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기어를 넣으면 바이크가 바로 반응한다. 속도가 확 줄고 바이크가 무거워지며 소음이 커진다. 역시 초보다.

아직 코너링은 서툴다. 회전할 때면 손이 가볍게 떨리며 바이크가 휘청거린다. 그 진동이 어깨까지 올라온다. 부드럽게 잡아야한다고 세뇌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먹통이다.

혼다 CBR500R의 계기반. 디지털 방식으로 속도는 숫자로 표시된다.



‘제꿍’(제자리에서 넘어뜨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사라졌다. 역시 발이 닿으니 편하다.

‘루저’인 나는 원활한 발착지성을 위해 동료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 해결책 중 하나가 ‘7(세븐)’ 자세. 하지만 체조 ‘양학선 기술’보다 어렵다며 겁을 준다.

세븐자세는 골반을 좌우 중 한쪽으로 최대한 빼고 다리를 내려 중심을 잡는 기술. 만약 오른쪽 다리를 길게 내릴 경우 왼쪽 넓적다리가 바이크의 중심에 위치한다. 아라비아 숫자 ‘7’ 모양의 착지법이다.

좌우전환이 빨라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심을 잃고 바이크를 메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이 기술은 발이 닿지 않는 모터사이클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혼다 CBR500R은 ‘패스’.

시트고는 785㎜. 키 165㎝ 이상이면 누구나 다리를 편하게 내릴 수 있다. 입문자도 쉽게 다룰 수 있는 미들급 바이크다.

어이없는 문제가 터졌다.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마치고 커피숍 야외테이블에서 담소를 나누던 중 후배가 주차된 시승 모터사이클에 급 관심을 표했다.

여기저기 살펴보던 후배가 급기야 바이크에 다가간다. 스탠드가 내려진 바이크에 기어코 올라탔다. 말릴 틈도 없었다.

안장에 앉아 생각보다 크지 않고 다리도 잘 닿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핸들은 잠겨서 왼쪽으로 꺾여 있는 상태. 말 그대로 주차 중. 불안감이 살짝 있었지만 “설마 무슨 일 있겠어?” 생각했다.

한참을 안장에 앉아 바이크를 살피던 후배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발 끝에 힘을 주고 기울어진 모터사이클을 세우기 시작했다.

굽혀진 왼쪽다리 관절을 펴고 바이크를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아뿔싸” 자리에 앉아 지켜보던 우리는 아연실색했다. 갑자기 바이크가 받침대 반대쪽으로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바로 넘어졌다. 후배 역시 힘도 못쓰고 바이크와 함께 ‘와당탕’ 넘어졌다.

모두 깜짝 놀랐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꼬마까지 도와주러 뛰어나갔을 정도. 다행히 사람은 다치지 않았다.

‘제꿍’의 결과. 스로틀 레버 손잡이 끝이 바닥에 긁혀 까져 있다.



중량 190㎏의 바이크는 허락 없이 탄 이방인의 손길을 그렇게 거부했다.

스로틀 레버 손잡이 끝과 사이드 미러가 조금 긁혔다. 대여해준 혼다코리아 엄승환씨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모터사이클의 온전한 반납이 무너진 순간이다.

쓰러뜨리자마자 급하게 일으켜세우려는 후배를 말렸다. 다칠 수 있기 때문.

라이딩스쿨에서 배운대로 바이크를 후배와 함께 들어올렸다. 교훈을 얻었다. “모터사이클은 함부로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제꿍’에 대한 공포는 결국 엉뚱하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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