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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다

[박기자의 좌충우돌] 초보, '캠핑을 가다'

사진부 박민규 2014.06.24 14:32

 


캠핑을 갔다. 장거리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의풍분교 오토캠핑장. BMW모토라드 캠핑투어다.

대부분 모터사이클을 타고 온다. 캠핑장 앞 주차장이 바이크로 빼곡하다. 캠핑 매니아들은 차에 온갖 것을 다 싸가지고 가는데 라이더들의 캠핑은 어떤지 궁금하다.


모터사이클로 떠나는 캠핑. 숨막히는 도심을 벗어나 훌쩍 떠나는 것이 묘미.

난 자동차로 왔다. 아직 자신이 없어서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 반 정도 거리지만 모터사이클로는 한 시간 이상 더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탈 수 없는 2륜차의 한계다.

만나는 라이더마다 분통을 터뜨린다. 우리나라 교통법규가 행정편의적이란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 수긍이 간다.

교통선진국인 유럽이나 미국만 보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모터사이클은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탈 수 있다.

유럽에서는 국가 간을 이동하는 모터사이클 투어리스트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교통체계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BMW 모토라드 캠핑 투어장인 충북 단양군 의풍분교에 전국에서 참가한 라이더들이 몰고 온 모터사이클들이 나란히 서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터사이클로 전국일주를 할 경우 아마도 자동차전용도로를 피해 돌아가는 경로를 연구하느라 골치가 아플 것이다. 물론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면 좀 더 편리해지겠지만 자동차 전용도로는 메뉴에서 제외해야 한다.

교통문화가 좀 더 선진화 된다면 우리나라도 모터사이클의 고속도로 주행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라이더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다.

교통사고는 대부분 속도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고속도로에서 비슷한 속도로 안전거리를 유지한다면 사고 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자동차와 같은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성능의 모터사이클이라면 고속도로나 전용도로에서 운행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도는 여건이 다르다. 자동차는 수시로 엇갈려 지나고 사람들도 도로를 가로지른다.

캠핑장 텐트앞에 커플 모터사이클용 부츠가 나란히 놓여 있다.



모터사이클은 자동차에 비하면 교통약자다. 약자는 배려해야 한다. 교통 환경이 좋은 곳으로 유도해야 한다. 중형급 이상 모터사이클의 고속도로 진입허용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시범운행을 제안해 본다.

캠핑장에서 BMW F800GS 어드벤처를 타보기 위해 라이딩 기어를 착용했다. 798㏄ 수랭식 2기통 직렬 엔진. 최고출력 85마력에 최대토크가 8.47㎏·m이며 온·오프로드 겸용이다.

언뜻 보기에도 지상고가 높다. 남자의 바이크란다. 시트고가 890㎜. ‘루저’라는 점이 원망스럽다.

관계자가 진흙에 주차된 바이크를 마른 땅바닥 쪽으로 옮겨주더니 사라진다.

스탠드가 내려진 상태에서 올라 타본다. 역시 생각한대로 발이 닿지 않는다. 불안하다. 시동을 켜본다. 부드러우면서도 찰진 엔진 소리가 난다. 저배기량의 칼칼함과 다른 묵직함이 묻어난다.

시동을 켜고 받침대를 젖혔다. 배기량이 800㏄인 점을 감안해 스로틀을 조심스럽게 당겼다.

뉴 F800 GS 어드벤처는 한 번 주유로 500킬로미터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균형을 잃기 시작했다. 아스팔트가 아닌 땅바닥의 마찰력을 간과한 것. 스로틀을 더 비틀어야 했다.

기울어지기 시작한 바이크는 힘 한번 못 쓰고 일명 ‘제꿍’(제자리에서 넘어뜨리는 것)을 했다.

본 사람은 없다. 라이딩 스쿨에서 배운대로 클러치를 잡고 1단 기어를 넣었다. 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허리를 곧추세우고 바닥 쪽에 있는 핸들을 잡고 들어올려 본다.

꿈쩍도 않는다. 힘과 기술 둘 다 부족한가보다. 아무리해도 미동조차 않는다. 눈치 못 채게 하는 ‘완전범죄(?)’는 물 건너갔다.

주변에 있는 진행요원을 불렀다. 둘이 힘쓰니 들린다. 땅바닥이라 ‘대미지’는 없다.

다시 시동을 걸었다. 깊게 심호흡을 한 후 전보다 강하게 스로틀을 열었다. 무리 없는 출발이다. 그렇지만 긴장을 했는지 주차장 좁은 길을 흔들거리며 어렵게 빠져나왔다.

핸들을 강하게 잡았나보다. 불안한 출발이지만 ‘탈출’에는 성공했다. 그래도 가슴 한켠에는 넘어뜨린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오래도록 남아 있을 듯하다.

도로로 나서기 위해 좁은 흙길 진입로를 면허시험장 ‘협로’ 빠져나오듯 손에 힘을 빼고 최대한 부드럽게 몰았다. 주변을 살피며 편도 1차선의 도로로 진입했다.

1단기어로 시속 40㎞까지 가속을 했다. 역시 중형급이라 그런지 무거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미들급 온·오프로드 엔듀로 모터사이클 BMW F 800 GS 어드벤처. 강인한 남성미가 부각되었다. 버튼 하나로 전자장치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엔듀로 모드’ 기능이 탑재돼 역동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속도를 올리면서 2단, 3단 연속해서 변속을 한다. 이제 기어 변속에 대한 자신감은 생겼다. 5단까지 내쳐 가본다. 바닥에 착 감겨 묵직하게 나간다.

슬쩍 당겼는데도 힘겨워하지 않고 차고 나간다. 슬쩍 스로틀을 풀어본다. 반응이 바로 온다. 속도가 적당히 줄어든다.

한참을 가니 오른쪽 굽은 도로다. 오른 손으로 잡고 있던 핸들을 지그시 눌러본다. 부드럽게 바이크가 오른쪽으로 눕는다. 스로틀을 유지한 채 코너를 돈다.

주눅이 들어 출발했지만 달리고 있으니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바람을 가르니 상쾌해졌다.

제법 캠핑장과 멀리 떨어졌다. 되돌아 가야한다. 속도를 줄이고 마주오는 차량이 있는지 확인한다. 없다. 기어는 1단. 핸들을 왼쪽으로 꺾으며 유턴을 시도한다.

바이크가 도로와 직각이 된 상태에서 좀더 꺾어본다. 갑자기 휘청거리며 미끄러진다. “아뿔사, 또”

힘없이 넘어지는 바이크를 포기한다. 세월호 선장처럼 ‘침몰’하는 바이크에서 재빨리 뛰어내려 탈출을 감행한 것.

비난 받을 것 같지만 권장사항이다. 넘어지는 모터사이클을 살려보려고 끝까지 노력하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다고 한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부담 없이 빠져나와야 한다.

다행이 옆에 달린 사이드백의 역할로 기계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이번엔 혼자 애쓸 생각도 하지 않고 사람을 기다렸다.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걱정이다. “어떻게 세우지?”

모터사이클을 몰고 온 캠핑객들이 텐트안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주차장이다. 속도를 줄여 댈 곳을 찾는다. 걱정이 앞서니 만만한 주차장소가 보이지 않는다. 겨우 한대 들어갈 곳에 우겨넣는다.

멈췄다. 양쪽다리를 내려 본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오른발 끝을 간신히 내리고 왼발로 스탠드를 내리려니 절반쯤에서 땅에 걸리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안 펴지는 스탠드를 왼발로 계속 내리려고 시도하자 오른쪽 까치발이 중심을 잡지 못한다.

어느 쪽도 안전하지 못하다. 간신히 지탱하고 있지만 잘못하면 또다시 메칠 판. 그러길 반복하던 중 누군가 뒤에서 바이크를 잡고 균형을 잡아준다. 진행요원이다.

바이크에서 내렸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다리 닿지 않는 모터사이클은 앞으로 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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