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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자의 좌충우돌]‘한겨울, 200cc 버그만을 타다’

사진부 박민규 2014.12.23 12:28

 

 

 






스즈키 버그만 200 ABS를 탔다. 배기량 200㏄ 스쿠터다. 커뮤터(출퇴근)용은 125㏄가 대부분인데 낯설다. 200㏄로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이전에 시승했던 버그만 650 이그제큐티브와 외관은 거의 같다. 다만 사이드 미러의 위치와 사이즈·무게가 조금 작을 뿐이다. 시트고는 735㎜이고 차량중량은 163㎏이다.

버그만 200 ABS의 시트고는 735㎜, 중량은 163㎏이다.



움푹 파낸 플로어 보드는 발착지성을 더욱 높였다.



스즈키 코리아 강택환 과장이 트럭에 싣고 회사까지 가져다주는 수고를 했다. 사용설명과 주의사항을 알려준 후 돌아갔다. 얌전히 주차된 바이크를 보며 흐뭇한 기분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기온이 급강하했다. 늦은 저녁 회사 일을 마치고 얌전히 세워둔 버그만 200 ABS로 돌아왔다. 키를 꽂고 시트 밑 적재함에 무거운 가방을 밀어 넣었다. 헬멧을 쓰고 겨울용 글러브를 착용했다. 출발준비 끝.

시트를 열면 그안에 41ℓ용량의 수납공간이 자리한다.



풀페이스 헬멧 두개는 너끈히 수납할 수 있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틱틱틱틱’ 잠시 용을 쓰더니 곧바로 무음모드가 된다. “뭐지?” 잠시 후 다시 해봐도 반응은 같다. 계기반에는 체크 표시가 뜬다. 배터리가 다됐는지 연료가 부족해서 그런지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너무 늦은 밤이라 해결책이 없다. 결국 일부 짐은 회사에 남겨둔 채 지하철로 퇴근했다.

비상등이 원인이었다. 버그만은 키(key)를 누른 상태에서 왼쪽 끝까지 돌리면 비상주차시 쓰는 ‘P’모드다. 비상램프가 들어온다. 시동을 끄고 잠시만 사용해야 한다. 그것도 모르고 영하의 날씨에 반나절을 켜놓고 있었으니 배터리가 방전되는 건 당연했다. 낮엔 불이 들어와도 인식하기 쉽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키(key)를 누른 상태에서 왼쪽 끝까지 돌리면 비상주차시 쓰는 ‘P’모드다. 비상램프가 들어온다.



다음날은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결국 이틀을 방치하고 쳐다만 봤다. 수리기사가 버그만650 이그제큐티브를 타고 왔다. 배터리가 있는 오른쪽 발판 패널을 뜯더니 점프선을 연결한다. 모터사이클끼리의 연결은 처음 보지만 원리는 차와 똑같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즉시 시동이 걸린다. 그렇게 애를 먹이더니…. 살짝 어이가 없다.

방전된 스쿠터를 다른 스쿠터 점프선을 이용해 시동을 걸고 있다.



밤길을 달린다. 꽁꽁 동여매고 탔다. 찬바람에 손끝은 에이지만 허벅지는 생각보다 괜찮다. 겨울에는 스쿠터가 찬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다. 프론트 카울이 무릎으로 향하는 칼바람을 방어한다. 모양이 좀 빠지지만 핸들에 방한용 토시도 부착할 만할 듯.

또한 기본 장착되어 있는 윈드 스크린 만으로도 주행풍을 충분히 막아준다. 한겨울 스쿠터에는 필수아이템. 기본 장착되지 않은 스쿠터들은 사제품을 돈 주고 달기도 한다.

주행풍은 기본장착된 윈드스크린이 충분히 막아준다.



스로틀을 슬쩍 비틀어 본다. 잠시의 주춤거림도 없이 치고 나간다. 벼락같은 파워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힘이다. 125㏄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커뮤트용 바이크가 갖춰야할 덕목은 순발력이다. 슈퍼바이크 수준의 고속은 과속에 불과하다. 오히려 적당한 속도에서의 파워가 필요하다. 지나치게 천천히 가는 차량을 잽싸게 추월하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힘이 중요하다. 빌빌거리다가는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에 의해 위험한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출퇴근용 스쿠터에 필요한 건 ‘순발력’이다.



버그만 200 ABS는 배기량이 200㏄다. ‘배기량이 깡패’라는 모터사이클계의 은어가 있다. 아무리 옵션이 좋아도 배기량은 속일 수 없다는 얘기. 125㏄ 스쿠터가 난다 긴다 해도 75㏄의 갭을 뛰어 넘을 수는 없다.

속도를 내기 위해 스로틀을 쥐어짤 필요도 없다. 적당히 돌려도 쉽게 힘을 내니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시속 80㎞에서도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좀 더 비틀면 100㎞도 훌쩍 넘어설 듯하다. 확 트인 국도에서 꽁무니에 들이대는 자동차의 위협을 여유 있게 따돌릴 수 있다.

버그만 200 ABS는 스로틀을 적당히 당겨도 충분한 파워를 낸다.



갑자기 한 무리의 차량들이 순식간에 붉은 불을 밝힌다. 브레이크 등이다. 덩달아 급하게 레버를 잡아 당겼다. 도로가 얼어있는지 뒤 바퀴가 살짝 슬립(미끄러지는 것)하더니 이내 안정을 찾고 정지한다. ABS가 개입한 것.

극한 상황에서는 ABS의 유무가 생사를 가를 수도 있다. 버그만 200의 ABS 제동시스템은 앞뒤에 위치한 센서가 압력유지 및 감압을 자동적으로 반복해 잠김 현상을 방지한다. 또한 속도가 정상화하면 브레이크 압력을 증가시켜 안정적인 주행을 도와준다.

13인치의 프론트 휠에 240㎜ 디스크와 2피스톤 캘리퍼가 채용된 ABS제동시스템으로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한겨울에는 제약이 많다. 특히 눈이 올 때는 모터사이클을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잘못해서 끌고 나오는 순간 지옥을 맛볼 것이다. 중간에 눈이 오면 버리고 가는 용기도 필요하다.

겨울에는 노면이 얼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회전할 때는 속도를 충분히 죽이고 바이크도 될 수 있는 한 눕히지 말아야 한다. 눈 내린 다음 날은 살얼음으로 변하는 블랙아이스 현상이 생길 수 있으니 매우 조심해야 한다.

한겨울 운행시에는 노면이 얼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바이크를 눕히지 말아야 한다.



매일 가는 길이라도 겨울에는 그늘 진 곳은 돌아가야 한다. 양지바른 데로 다니고 차량통행이 많은 곳을 선택하는 것도 요령. 그나마 통행량이 많은 도로는 타이어의 마찰열로 쉽게 얼지 않는다. 한겨울 모터사이클 출퇴근은 쉽지 않다. 두툼하게 입은 겨울옷들은 몸을 둔하게 만든다. 도로 컨디션이 좋다는 전제하에 정속 이하로 운행해야 한다.

옷을 잔뜩 껴입고 히터가 가동되는 대중교통을 사람들 틈에서 부대끼며 한 시간 이상 타고 간다고 상상해 보자. 곤욕이다. 숨은 턱턱 막히고 등판에는 땀이 삐질삐질 흐른다. 일도 시작하기 전에 녹초가 된다.

전면 조작부와 패널 가운데 위치한 5.5ℓ의 다용도 수납공간.



1%의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한다. 200㏄의 배기량과 41ℓ의 수납공간은 출퇴근 길 직장인의 축 처진 어깨를 올릴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버그만 200 ABS, 당장 봄이 되면 하나 장만해서 출퇴근하고픈 스쿠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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