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의 좌충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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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다

[박 기자의 좌충우돌]‘산에 오르다’

사진부 박민규 2014.12.07 16:35

 






오프로드를 탔다. 신세계다. 타는 방법이 온로드와는 전혀 다르다. 20년 이상 일반 모터사이클을 탔던 사람도 여기선 완전 초보. 생각지 못한 라이더가 신성으로 떠오른다. 시동 켜고 스로틀 당기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생소하다.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베이스캠프에 위치한 KTM 오프로드 스쿨. 강사는 전 모터크로스 챔피언 이제성씨. 모터크로스(Motocross)는 고르지 않은 지면과 언덕 등이 있는 폐쇄된 험한 서킷에서 하는 경주를 말한다. 최근에는 엔듀로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엔듀로(Enduro)는 모터크로스와 비슷하나 산 속에서 경기를 벌이는 것을 말한다. 오프로드 경주에는 모터크로스와 엔듀로 2종류가 있는 것.

능숙한 오프로드 라이더가 가볍게 언덕을 뛰어넘고 있다.



장애물도 가볍게 뛰어 넘는다.



준비된 모터사이클은 배기량 250㏄와 350㏄가 전부. 그 흔한(?) 리터급 바이크(1000㏄ 이상)는 보이지 않는다. KTM의 250 프리라이드 2T, 250 EXC-F, 350 EXC-F 세 가지 기종의 모터사이클이 동원됐다. KTM은 오스트리아에서 설립된 모터사이클 업체다. 죽음의 랠리라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서 12년 연속 우승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KTM 오프로드용 모터사이클.



오프로드용 모터사이클 350㏄는 온로드 바이크로 치면 리터급 이상으로 분류될 정도로 파워가 강하다.

강사가 요령을 설명한다. 핸들을 가볍게 쥐란다. 이건 일반바이크와 같다. 대신 양쪽 팔꿈치를 몸 바깥으로 빼야한다. 그래야 고르지 않고 덜컹거리는 흙길에서 충격을 덜 받는다고 한다.

모터크로스 전 챔피언 이제성씨가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타는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양 팔꿈치가 바깥으로 향해야 한다.



회전하는 방법도 완전 딴판. 온로드용 모터사이클이 회전하는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린인’이나 ‘린위드’로 탄다면 오프로드는 기울어지는 반대 방향으로 지면에 거의 직각으로 몸을 세워야 한다. ‘린아웃’으로 타는 셈.

오프로드에서는 린아웃으로 타야 슬립을 해도 넘어지지 않는다.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은 시트가 멸치처럼 좁고 길다. 좁은 공간의 산길을 쉽게 헤쳐가려는 목적도 있지만 안장의 모든 부위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 좌우도 중요하지만 앞뒤로의 중심이동도 중요하다.

엔듀로 바이크는 시트 전체를 골고루 사용해야 한다. 좌우 뿐만 아니라 앞뒤로의 이동도 중요하다.



왼쪽으로 돌때는 안장 오른쪽 모서리에 엉덩이를 걸쳐야 하고 우회전시에는 좌측 모서리에 걸쳐야 한다. 또한 회전방향의 다리를 앞바퀴 쪽으로 들어 중심을 잡는다. 여기서 무게중심은 패들에 고정한 다리 쪽에 두어야 한다.

회전시 무게중심은 패들에 올려놓은 다리쪽에 두어야 한다.



넘어졌다. 보호 장비가 없었으면 큰 일 날 뻔했다. 직선구간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회전. 온로드용처럼 타면 여지없이 내팽겨쳐진다. 뒷바퀴가 슬립(미끄러짐)하면 중심을 못잡기 때문이다. 온로드에서의 슬립은 치명적이지만 오프로드는 즐겨야 하는 것.

모터사이클이 내동댕이쳐졌는데 강사는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태생이 넘어지게 만들어졌다는 것. 일으켜 세워 시동을 걸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천연덕스럽다.

오프로드에서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맷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지만 라이더는 보호 장구를 확실히 착용해야 한다. 오프로드용 헬멧과 무릎·팔꿈치·가슴보호대는 필수다. 거기에 스키부츠 같이 생긴 오프로드용 부츠도 꼭 챙겨 신어야 한다.

엔듀로용 헬멧을 비롯한 보호장비는 꼭 착용해야 한다.



그래도 넘어지면 아프다. 사서 고생이다. 그렇지만 타면 탈수록 재밌다.

산을 오른다. 눈길이다. 처음에는 완만하다. 비록 온로드지만 급경사에서 발도 닿지 않는 모터사이클을 탄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 반 클러치와 스로틀을 당길 때 주저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눈길에 뒷바퀴가 죽죽 밀리지만 가볍게 치고 오른다.

한참 산길을 달리면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이 날 정도다.



눈 덮인 산 오솔길을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는 기분이 쏠쏠하다. 무리 없이 산등성이를 넘었다. 강사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한다. 처음 연습 때 몇 번 넘어진 굴욕에 대한 보상 같다. 그러나 불길한 느낌이 든다.

KTM 오프로드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촬영.



10단계의 산길 코스 중 난이도는 ‘2’란다. 3단계로 향한다. 훨씬 가파르다. 거기다 바위가 지천이다. 강사가 치고 오르는 길을 따라 가지만 어른 머리만한 바위를 보니 간이 오그라든다. 소심하게 스로틀을 비트니 넘어가지 못하고 피식 넘어진다. 내 몸도 덩달아 바위 옆으로 떨어진다.

앞바퀴가 바위틈에 끼여 오도 가도 못한다. 먼저 올라간 강사가 내려와 힘을 써서 방향을 틀어준다. 경사진 돌길에서의 재출발이 쉽지 않다. 멈추면 힘들다는 것은 온로드 급경사 길에서 몸으로 얻은 경험이다.

앞바퀴가 돌사이에 끼어 오도 가도 못하고 헛바퀴만 돌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 강사는 바위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려 보지도 말라고 한다. 바위 정도는 가볍게 넘을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 그 다음부터는 수월하다. 경사가 심하더라도 장애물 없는 산길은 대로에서 온로드 바이크를 타는 것만큼 수월하다.

장애물 없는 산길은 온로드에서 펑뚫린 도로를 달리는 것만큼 수월하다.



모터사이클 취미 중 최종은 오프로드에서 귀결된다는 농담이 있지만 중독성은 최고인 것 같다. 갈비도 아프고 손가락이 접질려 삭신이 쑤시지만 또 하고 싶은 마력이 있다. 상처뿐인 영광이지만 덜컹대는 진동과 앞 바이크의 휘발유 냄새가 어느새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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