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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다

[박 기자의 좌충우돌]‘경찰 싸이카 BMW R1200RT를 타다’

사진부 박민규 2014.11.23 14:46

 


묵직한 모터사이클 BMW R1200RT를 탔다. 투어러다. 장거리 여행을 승용차처럼 편하게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교통경찰들이 타는 모터사이클 중 하나다.

지난 2010년 부터 2년 동안 청와대 출입기자를 한 적이 있다. 대통령이 외부행사를 나갈 때는 ‘모터게이드’라고 불리우는 대규모 차량행렬이 이동한다. 선두에는 항상 BMW R1200RT가 에스코트한다. 도착지까지 차량이 정지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꽉 짜여진 차량 행렬의 좌우를 누비고 다니며 원활한 이동을 담당한다. 미니버스에 타고 이들을 구경하며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BMW R1200RT는 경찰들이 타는 ‘싸이카’ 중 하나다.



무겁다는 것에 심적 부담이 있다. 저속에서 탄력을 받지 못하고 기울어지는 순간 넘어뜨리는 ‘제꿍’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 중량은 274㎏. 사람이 타고 짐을 실은 상태에서는 495㎏까지 허용된다.

R1200RT의 건조 중량은 274㎏.



시트에 앉았다. 높이는 825㎜이지만 805㎜로 낮출 수 있다. 다리가 적당히 안착한다. 일단 안심이다. 무게중심이 낮아 생각보다 다루기 편하다. 시동을 걸지 않은 상태에서 중립기어를 넣고 뒤로 밀어본다. 큰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손쉽게 움직일 수 있다. 꿈쩍도 안할 것처럼 보였지만 의외의 수확이다.

엔진은 BMW R시리즈의 상징인 수평대향 2기통이다. 1170㏄ 일명 ‘박서엔진’이다. 권투선수가 펀치를 뻗는다고 해서 유래된 박서엔진의 특성상 양옆으로 돌출되어 있다.

권투선수가 펀치를 뻗는다고 해서 유래된 ‘박서엔진’이 양옆으로 돌출되어 있다.



BMW R시리즈의 상징인 수평대향 2기통 1170㏄ 엔진



강력한 토크와 125마력의 최고출력은 먼 거리를 주저 없이 떠나게 만드는 매력 중 하나. 전자제어 서스펜션 시스템인 ASC는 오프로드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로드’와 ‘레인’ 모드는 오른쪽 핸들에 달린 ‘모드’버튼을 누르면 간단하게 바꿀 수 있다. 날씨와 도로상황에 맞게 조절하면 더욱 안전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추가된 다이내믹 모드는 본격적인 스포츠 투어러로서의 막강한 기능을 수행한다.

BMW R1200RT의 계기반. 다양한 정보들이 일목요연하게 담겨 있다.



R1200RT의 오른쪽 핸들. 모드버튼을 누르면 ‘로드’, ‘레인’, ‘다이내믹’을 선택할 수 있다.



왼쪽 핸들에는 북한 군인이 제복 가슴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훈장처럼 다양한 버튼이 배치되어 있다. 여러 가지 기능이 내장됐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BMW R1200RT의 왼쪽 핸들. 다양한 기능의 버튼들이 나열되어 있다. 아래는 조그셔틀.



프로페셔널 카메라와 비슷하다. 첨단 기술이 녹아있다. 두꺼운 사용설명서를 일일이 읽어봐야 한다. 그러나 본인에 맞는 세팅이 끝나면 특별하지 않는 한 모드를 쉽게 바꾸지는 않는다.

기준을 정하는 것은 본인의 몫. 대신 매뉴얼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쓰지 않는 기능도 알아야한다. 언젠가는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

R1200RT는 모터사이클이 얼마나 편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모터사이클이 주는 박진감과 고급자동차의 안락함을 동시에 갖추었다.

럭셔리 투어러 R1200RT는 안락함과 박진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럭셔리 투어러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다양한 노면 컨디션에 맞춰 서스펜션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전자 제어 서스펜션인 다이내믹 ESA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필요에 따라 장력을 조절할 수 있다. 일반적인 도로에서는 노멀(보통), 스포츠 주행을 위해서는 하드(딱딱함), 부드럽게 몰고 싶다면 소프트(부드러움)로 세팅하면 된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인 다이내믹 ESA가 노면 상황에 맞게 반응한다.



낙엽이 지고 제법 찬바람이 매섭다. 방풍기능이 있는 재킷이나 바지를 입지 않으면 체온 유지가 어려울 정도. 새벽에는 아무리 두꺼운 장갑을 착용해도 손끝이 아리고 곱는다.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히팅 그립과 시트는 요긴해진다.



기온이 떨어지면 히팅 그립은 필수. 그런데 단추가 없다. 기능은 있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히팅 그립 버튼이 보이질 않는다. 대부분 핸들주변에 버튼이 있기 마련이지만 보이질 않는다.

그냥 견뎌보는 것도 가능하지만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 BMW 모토라드 김석종 매니저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 복잡하진 않다. 메뉴버튼을 지그시 누르고 핸들에 달린 조그 셔틀을 돌려 히팅 그립을 찾아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모를 땐 물어보는 것이 최선이다.

추위에 따라 강약을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다. 시트를 데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동승자 자리에도 버튼 하나만 누르면 따뜻함을 전달할 수 있다.


운전·동승자석 히팅버튼. 왼쪽핸들에 있는 메뉴버튼을 누르고 조그셔틀을 돌려 히팅시트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본격적인 투어가 목적인 바이크답게 풀 페어링 카울(외장을 감싸고 있는 덮개)이 억센 바람의 저항을 기분 좋은 산들바람으로 바꿔준다. 전동으로 높이가 조절되는 대형 윈드 스크린은 주행풍으로부터 라이더를 보호해준다. 스크린 안에 머리를 묻으면 거친 바람도 얼굴을 괴롭히지는 못한다. 무풍지대다.

주행풍을 막아주는 대형 윈드 스크린. 버튼을 누르면 알맞게 조절할 수 있다. 오른쪽은 라디오 청취용 안테나.



양쪽에 장착된 패니어 케이스와 탑 케이스는 목적지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손쉽게 수납할 수 있다. 짐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라이더들에게는 고민거리 하나를 시원하게 제거해준 셈.

풀페이스 헬멧 하나는 거뜬히 수납가능한 패니어 케이스.



양옆 장착된 패니어 케이스와 커다란 탑 케이스 .



시내를 벗어나니 욕심이 생긴다. 오른손에 슬쩍 힘을 가하니 차고 나간다. 주변 경치가 ‘빨리 돌리기’처럼 눈앞에서 사라진다. 속도가 제법 붙었는데도 엔진음은 여전히 부드럽다. 헬멧을 쓰고 달리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귓전에 들리는 소리는 매끄럽고 소프트하다. 그 만큼 방음에도 신경을 쓴 것.

커다란 덩치지만 부드러운 와인딩이 가능하다.



구불구불한 길이다. 어쩔 수 없이 바이크를 눕혀야만 부드럽게 지나갈 수 있다. 한 덩치 하는 BMW R1200RT. 불안감이 앞섰지만 생각보다 무게의 영향을 덜받고 날렵하다. 오히려 심하게 눕혀도 괜찮나 싶을 정도다. 그러나 기우에 불과하다. 가벼운 핸들과 이미 정평 난 서스펜션이 알아서 버텨준다. 프론트 서스펜션은 텔레레버 방식이고 리어는 알루미늄 싱글 사이드 스윙암으로 구성됐다.

텔레레버 방식의 프론트 서스펜션.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하는 요소 중 빠질 수 없는 것은 음악이다. 라디오 청취까지 가능한 안테나가 달려 있는 오디오 시스템은 긴 주행시간을 지루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계기반 양옆에 위치한 대형 스피커.



왼쪽핸들 아래 패널에 위치한 오디오 컨트롤 버튼.



R1200RT는 시내에서 깔짝거리는 모터사이클이 아니다. 장거리 여행이 목적이다. 계획을 해서 가도 좋고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떠남도 좋다.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겨울 오기 전 울긋불긋한 만추의 정취를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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