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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자의 좌충우돌] ‘스즈키 V-스트롬 1000ABS를 타다’

사진부 박민규 2014.11.16 12:53


스즈키 브이스트롬(V-STROM) 1000 ABS를 탔다. 멀티퍼퍼스 장르로 온·오프로드 겸용이다. 막강한 경쟁자인 BMW 1200 GS와 마찬가지로 시트고와 핸들이 모두 높다. 메이커 측은 ‘스포츠 어드벤처 투어러’가 콘셉트라고 밝혔다.

스즈키 브이스트롬(V-STROM) 1000 ABS는 스포츠 어드벤처 투어러가 콘셉트.



온·오프 겸용에 걸맞게 시트고가 높은 편이다.



사무실을 나와 현관을 나선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구경거리가 있나보다. 호떡집에 불난 것 같다. 무슨 일 있나 쳐다보니 어이없게도 내 시승 모터사이클 주변에 몰려있다. 이것저것 만지면서 알아듣지도 못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국 사람들이다. 관심이 많은지 나를 향해 뭐라고 떠들지만 알아들을 수 없으니 그저 소음일 뿐이다. 새부리 모양의 프론트 카울을 만지작거린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물리나 고민하던 중 낯익은 한국말이 들린다. “가격이 얼마에요?”

프론트 카울은 새부리 모양이다.



“소비자가 1790만원입니다”라고 대꾸하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제야 자리를 떠난다.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의 최종 관심은 가격이었던 것.

브이스트롬 1000 ABS의 독특한 디자인은 어딜가나 관심을 끈다.



안전한 출발을 위해 앞이 트이고 평평한 곳으로 바이크를 끌고 간다. 사실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곳이 편하다. 육중해 보이는 몸체지만 의외로 가볍다.

앉아본다. 시트고는 850㎜. 역시 까치발이다. 이제는 오히려 발끝이 더 편하다. 언제나 처음은 어색하다. 그러나 생각보다 편하다는 느낌이다. 세워본다. 왼발에 슬쩍 힘을 가하니 바이크가 가볍게 일어선다.

양쪽 발로 지지하고 핸들을 잡아본다. 팔꿈치가 자연스럽게 꺾인다. 핸들포지션이 좀더 몸쪽으로 설계됐다고 한다. 쉽고 부드러운 회전이 가능할 것 같다.

핸들 포지션이 몸쪽으로 좀더 가깝게 설계됐다.



시동을 건다. 요란하진 않지만 “끄르릉”하는 단말마와 함께 가볍게 진동한다. 1037㏄ 수랭식 브이 트윈(V-TWIN) 엔진이다. 최대토크는 10.5㎏/m/4000rpm으로 저회전 영역에서 토크가 강력하다.

1037cc 수랭식 브이 트윈(V-TWIN) 엔진. 저회전 토크가 강하다.



주변을 살피고 조심스럽게 스로틀을 당겨본다. 큰 덩치가 사뿐하게 앞으로 튕겨나간다. 크기에 비해 중량 228㎏은 비교적 가벼운 편이다. 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긴장이 풀린다. 막혔던 체증이 어머니 바늘 한방으로 ‘싹’ 풀리는 느낌. 시험문제 받았을 때 아는 문제만 나온 것처럼 미소가 나온다. 예상보다 쉽다.

브이스트롬 1000 ABS는 시냇길에서도 편안하게 탈 수 있다.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오른손을 살짝 더 비틀자 거침없는 파워로 치고나간다. 모터사이클 이 맛에 탄다. 핸들도 상당히 가벼운 편.

출퇴근길인 수색~일산 도로는 대형차량들이 빈번히 다녀서 그런지 노면이 고르지 않다. 어떤 곳은 심지어 덤프트럭의 타이어 자국이 반죽된 화석처럼 산재해 있다. 거기다 도처에 맨홀 뚜껑이 도사리고 있어 늘 긴장되는 곳이다.

잠시 방심하면 여지없이 충격이 허리를 타고 머리끝까지 올라온다. 간 떨어진다는 표현이 더욱 적확할 것이다.



핸들이 ‘털린다’. ‘털린다’는 라이더들이 좋지 않은 노면에서 핸들이 덜덜거리는 것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계속 땜질도 하고 아스팔트 보강공사도 자주하지만 큰 차 통행량이 많은 도로의 숙명이다. 도로를 따라 이어진 홈과 턱은 작은 바퀴의 스쿠터가 방향전환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 고랑에 끼이면 핸들을 꺾을 수조차 없다.

브이스트롬 1000 ABS가 간다. 누더기 도로다. 구렁이 담 넘어 가듯 부드럽다. 늘 충격을 감내하며 다니던 곳인데 전혀 느끼지 못한다. 작은 요철과 맨홀 뚜껑은 무시해도 될 정도.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소프트하다.



땜질 도로는 낮보다 밤이 더욱 위험하다. 보이지 않기 때문. 퇴근길 항상 서너 번 정도는 강한 충격을 느끼곤 했다. 으레 그러려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브이스트롬 1000 ABS는 단 한 번의 강한 쇼크도 받지 않고 위험구간을 지나갔다. 아니 견뎌낸 것. 이런 경험은 처음. 도로 컨디션을 모르는 생소한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 위력을 발휘할 듯하다.

프론트와 리어 모두 조절 가능한 서스펜션이 안락한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프론트는 산화처리된 43㎜ 도립식 포크. 리어는 링크 타입이다. 앞 뒤 모두 다이얼을 돌리면 강약을 조절할 수 있다.

산화처리된 43㎜ 도립식 포크 프론트 서스펜션. 양옆에 안개등이 달려 있다.



링크타입 리어 서스펜션. 다이얼을 돌리면 장력 조절이 가능하다.



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이다. 스로틀을 억세게 비틀어 보았다. 속도가 금세 치솟는다. 고속인데도 불편한 속도감을 느끼지 못한다. 바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억세지 않다. 크지는 않지만 래칫 기어 윈드 스크린이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난기류와 소음을 최소화 시켜준다. 높낮이와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기어비도 상당히 여유롭다. 3단 기어에서 시속 100㎞ 가까이 속도를 끌어 올렸는데도 버겁지 않다. 회전계 레드존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대신 저속(시속 10㎞이하) 2단기어 주행 시 반 클러치를 잘 활용해야한다. 방심하다 시동 꺼뜨릴 수 있다. 시내주행시에는 3단까지만 사용해도 될 듯하다.

래칫 기어 윈드 스크린이 난기류와 소음을 최소화해 주행풍을 충실히 막아준다.



굽은 도로다. 슬쩍 바이크를 눕혀본다. 중앙선 쪽으로 치우친다. 소심해서 어설프다. 좀 더 자신 있게 바이크에 몸을 맡겨 본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칼날처럼 정확하게 차고 나간다.

와인딩(구불구불한) 도로에서 지나치게 스로틀을 비틀다가는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브이스트롬 1000 ABS에는 트랙션 컨트롤 기능이 있다. 트랙션은 타이어가 노면을 눌러 접지하는 힘을 말한다. 앞으로 나가거나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트랙션 컨트롤은 전자장비로 슬립을 감지해 점화를 조절하는 것이 원리다. 오프(OFF) 모드, TC1, TC2 세가지 모드가 있다. 오프는 말 그대로 무개입이다. TC1은 약간의 트랙션 컨트롤, TC2는 적극적인 트랙션 컨트롤을 한다.

브이스트롬 1000 ABS의 왼쪽 핸들. SEL 버튼을 누르면 트랙션 컨트롤이 가능하다.



오른쪽 핸들은 불필요한 것 없이 심플하다.



브이스트롬 1000 ABS의 계기반. 작지만 알차다.



평상시에는 TC1에 두면 되고 비가 오거나 노면이 불안정할 때는 TC2를 사용하면 된다. 오프로드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즐기고 싶다면 꺼두면 된다.

수색~일산 구간에는 역시 TC2가 적당하다. 트랙션 컨트롤이 가동되는 순간 계기반에 TC램프가 점등된다. 개입 사실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학습효과도 있다.

브이스트롬 1000 ABS 연비는 20.9㎞/ℓ(WMTC모드 실용연비 데이터 기준)로 미들급 바이크 수준이다. 20ℓ 대형탱크에 연료를 가득 채우면 장거리를 달려도 당분간 주유소 찾을 일은 없다. 계기반에 남은 주행거리까지도 표시해준다.

20ℓ 대형 연료탱크는 장거리 여행시 장점이 있다.



가격은 경쟁기종에 비해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중국인들이 고개를 끄덕인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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