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의 좌충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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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다

[박 기자의 좌충우돌] ‘슈퍼바이크에서 초심을 찾다’

사진부 박민규 2014.11.09 17:12





초심으로 돌아간다. 사고는 지나친 두려움이나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서로 상반된 개념이지만 과도하다보면 안전운행에 독이 된다.

여러 기종의 바이크를 타보면서 두려움에서는 어느 정도 해방이 됐다. 문제는 오히려 자신감이다. 좀 탄다고 무리하게 추월하거나 끼어들지는 않는지 자성해 본다.

석양 아래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있으면 자연스레 힐링이 된다.



대부분의 사망사고는 배운지 1년에서 2년 사이의 라이더들에게 가장 많이 난다고 한다. 라이딩 스킬은 늘었지만 그에 걸맞는 안전의식은 갖춰지지 않은 것. 지나친 자신감이 가져온 무서운 결과다.

BMW S1000R. 네이키드 장르의 999㏄의 슈퍼바이크다. 수랭식 직렬 4기통 엔진이며 최고출력은 160마력. 동급최강이다. 최대토크는 112Nm/9250rpm. 일명 ‘스트리트 파이터(거리의 싸움꾼)’라고 불린다.

BMW S1000R. 네이키드 장르의 999㏄의 슈퍼바이크다.



최고출력 160마력의 수랭식 직렬 4기통 엔진.



시동을 건다. 무의식적으로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 순간 ‘으르렁’ 하며 포효하는 소리에 깜짝 놀란다. 단발마의 힘찬 엔진음이 조용한 지하주차장에 쩌렁거린다. 예기치 못했지만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

파워가 느껴진다. 섣불리 스로틀을 당겼다가는 순식간에 내동댕이쳐질 것 같다. 본의 아닌 윌리(앞바퀴를 들고 타는 것)도 가능할 듯.

‘테일업 노즈다운(tail up nose down)’ 디자인은 공격적이다. 엉덩이는 올리고 머리는 내렸다. 날카로운 근육질 몸매다. 빨간색 컬러는 더욱 강렬하다.

‘테일업 노즈다운’. 날카로운 근육질 몸매다.



좌우비대칭 헤드라이트.



노름꾼이 패 쪼듯 조심스럽게 스로틀을 비틀었다. 가볍게 주차장 오르막을 치고나간다. 1단 기어에서 탄력이 붙자 굳이 스로틀을 당기지 않아도 꿀렁거리지 않는다.

클러치를 살짝 놓으면 단거리 선수가 총성과 함께 튀어나갈 듯 모든 신경이 앞으로 쏠린다. 강한 토크가 느껴진다.

최고 출력 160마력은 동급 최강이다.



핸들 포지션은 일반적인 네이키드 바이크에 비해 낮은 편. 허리를 좀 더 굽혀야한다. 시트고는 814㎜. 깨금발로 다리를 내려보니 완전한 발착지성은 아니지만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패들에 발을 올리면 바이크와의 밀착감이 상당히 좋다. 중량은 207㎏. 충분히 컨트롤할 정도의 무게다. 낮거나 높아도 무게가 가벼우면 아무래도 다루기 편해진다.

핸들 포지션은 다른 네이키드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홀딩감이 좋다.



속도를 높여본다. 스로틀을 당길 때마다 고개가 세차게 뒤로 제쳐진다. 속도를 높이고 기어를 올릴 때마다 허리는 자연스럽게 조금씩 앞으로 숙여진다. 공기저항을 줄이려는 본능이다. 강한 맞바람보다도 강력한 파워가 장애물들을 거침없이 헤쳐나가는 기분. 차고 넘치는 힘이 바람을 지배한다.

스로틀을 끝까지 당겨본다. 계기반 숫자가 무서운 기세로 치솟는다. 금세 손을 놓는다. 역시 난 새가슴. 아직은 두려움이 자신감을 앞선다.

속도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허리가 굽혀진다.



한참을 달리던 도중 코앞에서 신호가 바뀐다. 빨간불이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당긴다. 반응이 빠르다. 고속이지만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아스팔트를 움켜쥔다.

브레이크 성능이 예술이다. 프론트는 4피스톤 캘리퍼가 320㎜ 더블 디스크 브레이크에 물리고 리어는 싱글 피스톤 캘리퍼와 220㎜ 싱글 디스크 브레이크가 채용됐다. 물론 ABS와 연동되는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320㎜ 더블 디스크가 장착된 프론트 브레이크.



220㎜ 싱글 디스크가 채용된 리어 브레이크.



S1000R은 4가지의 주행모드(레인, 로드, 다이내믹, 다이내믹 프로)를 선택할 수 있다. 기본은 ‘로드’ 모드. ‘레인’ 모드는 비에 젖은 지면에서 부드러운 스로틀 반응을 제공한다. ‘다이내믹’과 ‘다이내믹 프로’는 한계점까지 달려가는 이들을 위한 선택이다.

엔진모드에 따라 서스펜션의 감쇠력도 조절된다. ‘로드’와 ‘레인모드’에서는 부드럽게, ‘다이내믹’에서는 보통, ‘다이내믹프로’에서는 딱딱하게 세팅된다.

군더더기 없는 왼쪽 핸들.



S1000R의 오른쪽 핸들. ‘모드’버튼을 누르면 4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계기반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어 보기 편하다.



S1000R의 텔레스코픽 도립식 프론트 서스펜션.



알루미늄 2사이드 스윙암의 리어 서스펜션.



클러치 조작 없이 기어를 올릴 수도 있다. 변속 어시스턴트가 최적의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며 부드럽고 빠르게 기어를 체인지 할 수 있게 한다. 그밖에 복잡한 설명이 필요한 기능들이 많지만 굳이 알려고 들 필요는 없다.

매뉴얼 바이크의 불편함을 첨단장비가 커버했다. 스쿠터처럼 그저 스로틀을 당기고 발끝만 잠시 움직이면 아무 저항 없이 원하는대로 머신을 이끌 수 있다. 단지 기계에 몸을 맡기면 될 뿐이다.



첨단으로 무장된 BMW S1000R을 타는 순간 우리는 그저 기본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경계해야할 것은 뛰어난 성능에 따른 우쭐함이나 지나친 자신감이다.

‘스트리트 파이터’들이 싸워야 할 것은 우리들 자신이지 상대방이 아니다. 바람과 중력에 대한 도전은 아름답지만 다른 운전자들에 대한 도발은 유치하다.

라이더는 ‘거리의 폭군’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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