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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자의 좌충우돌]‘버스비보다 싼 스쿠터를 타다’

사진부 박민규 2014.10.26 18:06




버스비보다 싼 모터사이클을 탔다. 혼다 스쿠터 FSH125. 파주 운정~서울 광화문간 광역버스 편도요금은 2000원이다. 매일 드는 교통비(버스요금)가 최소한 4000원인 셈.

FSH125의 공식연비는 리터당 51.5㎞(60㎞ 정속 주행 시). 동네 주유소 휘발유 값이 평균 리터당 1700원대 후반이니 1800원으로 쳐보자. 왕복 70㎞ 주행거리를 연비로 환산해보면 하루 2446원이 든다. 버스비는 물론 지하철 요금(왕복 3100원)보다도 싸다는 계산이 나온다.

FSH125의 공식연비는 리터당 51.5㎞. 기름값만 치면 버스비보다 저렴하다.



물론 감가상각이나 소모품 교환 등을 제외했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오일 교환이나 보충, 타이어 등을 교체할 때에는 목돈이 들기 때문.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타고 원치도 않는 곳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아침부터 녹초가 된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한 시간 반을 선채로 갇혀 있다는 것은 끔찍한 일. 머릿속은 하얘지고 멀미도 난다.

버스에서 유난히 많이 시달린 날은 아침이 아니라 격전을 치른 늦은 오후 같은 느낌. 그렇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대중교통 말고는 대안이 별로 없다.

혼다 FSH125는 수랭식 단기통 125㏄ 엔진에 도시환경을 감안해 개발됐다.



막히는 출퇴근 길 자가용은 친구가 아니라 ‘웬수’다. 버스보다 스트레스가 더 크다. 버스에서는 졸 수라도 있지만 차를 운전할 때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한다. 기름 값은 훨씬 더 든다. 매일 70㎞ 거리를 끌고 다닌다면 아마 소시민이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이에 비해 스쿠터는 훨씬 경제적이다.

혼다 FSH125. 혼다의 베스트셀러 스쿠터 ‘PCX125’와 같은 엔진이다. 혼다가 스쿠터용 글로벌 엔진으로 개발한 수랭식 단기통 125㏄ ‘eSP’엔진을 채용했다. 시가지 주행에서 다루기 쉽게 만들어졌다. 세계 도시환경을 감안해 안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고급 커뮤터(출퇴근용 차량)가 개발 컨셉이다.

FSH125는 시가지 주행시 다루기 쉽게 제작됐다.



16인치 대구경 프론트 휠을 장착해 요철 등 거친 노면에서도 안정된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리어 타이어는 14인치 휠을 사용해 수납공간 확보 및 차체의 콤팩트화를 실현했다. 한마디로 다른 스쿠터에 비해 바퀴가 커 높은 시트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어 편하게 주행할 수 있다는 얘기.

16인치 대구경 프론트 휠.



14인치 휠이 채용된 리어 타이어와 수랭식 단기통 125㏄ eSP엔진.



주정차시 엔진이 꺼지는 아이들링 스톱 기능이 활성화 되면 3초간 공회전 후 엔진이 자동으로 정지한다. 스로틀을 돌리면 다시 시동이 걸린다. 고급 자동차에 있는 기능으로 연비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FSH125의 깔끔한 계기반.



아이들링 스톱버튼이 달린 오른쪽 핸들. 연비향상에 도움이 된다.



늦은 밤 퇴근길이다. 어둑해진 시내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서울 수색이다. 갑자기 모터사이클 뒤쪽이 푹 꺼지며 요동을 친다. 갓 잡힌 잉어가 느닷없이 꼬리지느러미를 세차게 흔드는 느낌이다. 하마터면 내동댕이쳐질 뻔했다.



휘청거리는 모터사이클의 속도를 줄였다. 뒤 타이어가 물컹거리는 것으로 봐서 펑크가 난거 같다. 조심히 세워놓고 살펴보니 앞은 이상이 없고 뒷바퀴 바람이 절반정도 빠져있다.

주변 모터사이클 센터는 모두 문을 닫았다. 난감했다. 게다가 다음날이 공휴일(한글날)이라 이틀을 길바닥에다 세워둬야 할 판. 고심 끝에 바람 빠진 스쿠터를 몰고 집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최대한 속도를 줄이고 핸들 꺾는 것을 자제한다.

출발전에는 항시 타이어 상태를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날벼락 같은 첫 경험이다. 오그라든 심장이 좀체 펴지지 않는다. 물정 모르는 뒤 차량 운전자는 빨리 가지 않는다고 클랙슨을 연신 누른다. 야속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주변을 살피지만 나를 구조해줄 수리점은 보이지 않는다. 사시가 될 지경이다.

밤 11시가 가까워 오자 도로변에는 사람도 불빛도 없다. 걱정이 앞선다. 바람이 절반쯤 빠진 타이어로는 오직 직진만 가능하다.

시트고는 765㎜. 다른 스쿠터에 비하면 차체가 높은 편.



멀리 건너편에 어슴푸레 불 켜진 타이어 전문점 간판이 보인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격이다. 간판 불만 켜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지만 그런 걸 가릴 계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보인다. 한쪽 공터에서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바베큐 파티를 즐기는 중. 불행 중 다행이다. 무작정 들어가서 펑크를 때워달라고 부탁한다.

주인아저씨가 불청객을 흔쾌히 맞아준다. 타이어 전문가답게 금세 펑크 난 부위를 찾아낸다. 가로로 깊게 파인 상처가 선명하다. 일명 ‘지렁이’라고 불리는 펑크 수리용 씰로 구멍을 메운다. 하나로는 부족해서 두 개나 끼웠다. 비누 거품으로 바람이 새지 않는지 확인했다. 다행이 괜찮다.

펑크 난 부위에 바늘귀 처럼 생긴 송곳으로 타이어 펑크 수리용 씰(일명 지렁이)을 삽입하고 있다.



어렸을 적 자전거포가 생각난다. 펑크 난 튜브를 빼내 물이 담긴 세숫대야에 넣고 기포로 상처부위를 확인했다. 못 쓰는 튜브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접착제를 칠하고 구멍 난 곳에 덧붙이면 끝이다. 오래된 자전거는 흥부네 가족 기워 입은 누더기 옷처럼 튜브가 온통 ‘땜빵’ 투성이였다.

요즘은 대부분의 모터사이클이 튜브가 없는 튜브리스타이어라 그런 수고까지는 필요 없지만 그렇지 않은 모델도 있다. 자기 바이크의 특성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

타이어 펑크 수리용 씰(일명 지렁이)과 바늘귀 처럼 생긴 씰 삽입용 송곳.



불청객에게 도움을 준 사장님에게 감사를 표하고 수리비용을 묻자 그냥 가란다.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여러 차례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전했다. 위축했던 마음이 그제야 눈 녹듯 풀린다. 자제했던 스로틀을 기분 좋게 당기자 스쿠터는 그동안의 빌빌거림을 보상받으려는 듯 힘차게 나간다.

높은 차체가 여유로운 시내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소중한 경험을 했다. 언제든지 누구나 펑크가 날 수 있다. 펑크가 나면 핸들 컨트롤이 쉽지 않다. 핸들은 가급적 급히 꺾지 말아야 한다.

항상 타기 전 타이어 점검은 필수. 여행이나 먼 거리를 가게 될 경우 펑크 수리 키트와 핸드 펌프 정도는 지참해야 한다. 이런 낭패는 한번이면 족하다.

스쿠터의 장점은 편리성이다. 골목 구석구석까지 못가는 곳이 없다. 출퇴근길 러시아워도 그리 걱정되지 않는다. 당기면 나가고, 잡으면 서는 간단한 구조다. 남녀노소 쉽게 다가설 수 있다. 자전거만 탈줄 알면 배우는 건 시간문제다.

스쿠터는 편리성이 장점. 자전거만 탈줄 알면 배우는건 시간문제.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너무 많은 나홀로 차량이 도로에 시간과 돈을 뿌리고 다닌다. 비효율이 일상화된 요즘 ‘나홀로 스쿠터’는 괜찮은 선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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