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의 좌충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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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다

[박 기자의 좌충우돌] ‘클래식 바이크 R nine T를 타다’

사진부 박민규 2014.09.28 15:07





심장이 떨린다. ‘고동감과 필링’. 마치 고급 우퍼를 장착한 리무진에 앉아 비트감 있는 음악을 몸으로(?) 듣는 느낌이다.

그동안 BMW 모터사이클에서 느꼈던 기계적 정갈함과는 또 다른 이질감이다.

BMW R nine T와 1923년 출시한 R32. R nine T는 R32 탄생 90주년 오마주다.



R nine T. BMW 모토라드가 1923년 출시한 R32 9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레트로(복고) 바이크다. 배기량은 1170㏄. 공유랭식 수평대향 2기통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BMW 모토라드가 1923년 출시한 R32.



수평대향 엔진은 권투선수가 펀치를 뻗는 모양이라고 해서 박서엔진이라고도 한다. 모터사이클 양쪽 옆으로 튀어 나온 것이 특징. 달리게 되면 바람이 자연스럽게 엔진 열을 식힌다.

BMW 시리즈 중 모델명 앞에 R이 붙은 것은 모두 박서엔진이라는 뜻. 공차중량은 222㎏ 시트고는 785㎜이다. 발착지성이 좋다.

수평대향 2기통 엔진.



7750rpm에서 110마력의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 아날로그 감성이라고 해서 성능도 올드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 레트로 바이크를 최신기술을 이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계기반의 속도계와 회전계는 작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과거를 회상하게끔 한다. 불필요한 건 뺐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여기에 원형 헤드라이트가 클래식한 맛을 더한다.

R nine T 계기반. 작고 심플하다.



BMW 로고가 찍힌 원형 헤드라이트.



신호등 앞에 섰다. 기어는 중립. 허리를 펴고 왼쪽 다리는 받침대 위, 오른쪽 다리는 자연스럽게 내린다. 발바닥이 지면에 편안하게 닿아 중심잡기 한결 편하다.

파란불이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 바로 출발하지 않고 주변을 살핀 후 스로틀을 당긴다. 출발과 동시에 허리를 깊숙이 숙인다. 핸들 바의 위치가 낮은 편이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익숙해질수록 꼿꼿한 것보다 오히려 편하다.

핸들 포지션이 낮은 편이라 허리를 좀더 숙여야 한다.



손목 꺾기를 최대한 자제하며 스로틀을 조심스럽게 비틀었다. 순간의 멈춤도 없이 박차고 나간다. 고배기량의 힘이 여기서 느껴진다. 시속 40㎞까지는 1단으로도 충분. 자동차들이 힘겹게 따라오지만 간격은 멀어져간다.

서스펜션은 다소 딱딱하게 세팅되어 있다. 프론트 서스펜션은 텔레스코픽(망원경모양) 방식의 도립식 포크가 사용됐다. 리어 서스펜션은 BMW모토라드 전통의 패러레버를 달았다.

텔레스코프픽(망원경형태) 방식의 프론트 서스펜션. 46㎜ 도립식 포크가 사용됐다.



리어 서스펜션은 BMW 전통의 패러레버를 장착했다. 동력손실이 적고 유지보수가 필요없다는 것이 장점.



요철이나 누더기 도로에서는 반응이 빠르고 격하다. 하드한 서스펜션의 대표적 반응. 대신 와인딩(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는 것)시 한계상황까지 거칠게 다그쳐도 굳건하다.

생긴 것과 딴판이다. 스포티하다. 스타일리시한 외향이지만 성능은 거칠고 포악하다. 편안한 레트로 바이크로 얌전히 주행할 요량이면 서스펜션이 부드러운 다른 바이크를 추천한다.

하드한 세스펜션 세팅이 와인딩시 많은 도움을 준다.



한적한 도로에서 급브레이크를 잡아 본다. 위험상황에 대비해 풀 브레이크 잡는 연습이 필요. 평소에는 거의 쓸 일이 없지만 가끔은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브레이크 성능은 퍼펙트하다. 고속 주행 중 리어 브레이크를 지그시 밟고 프론트 브레이크를 억세게 당겨도 모터사이클은 미끄러짐 없이 원하는 지점에 세울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강력한 성능의 320㎜ 더블디스크 프론트 브레이크.



265㎜ 싱글디스크 리어 브레이크.



급정거 시에는 리어 브레이크를 잘 활용해야 안전하게 멈출 수 있다. 귀찮다고 프론트 브레이크만 잡는 라이더들이 있는데 나쁜 습관이다. 리어 브레이크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시내주행 시 적당히 속도를 줄여야 할 때 살짝 밟아주면 부드럽게 감속할 수 있다. 프론트 브레이크와 동시에 사용하면 제동력뿐만 아니라 슬립을 예방할 수 있다. 괜히 달아 놓은 게 아니니 틈틈이 잡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다시 바람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한다. 이제야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계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했던가?

부드러운 핸들링을 위해서는 어깨와 팔에서 힘을 빼야한다.



요리조리 원하는 데로 핸들을 틀어도 물 흐르듯 부드럽다. 경직된 어깨는 제대로 된 방향전환을 방해한다. 유턴 시에는 핸들을 제대로 틀지 못해 회전반경도 커진다. 한 번에 돌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을 맞아 클랙슨 세례를 받고 멘붕에 빠질 수도 있다.

‘어깨 힘 빼기’를 야구에 빗대면 제구력 강화다. 포수가 원하는 대로 미트에 꽂아 넣을 수 있다. 뻣뻣한 팔이 부드러워지니 충격을 받아도 목이나 허리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상체에 쓸데 없는 힘이 빠지면 자연스럽게 하체에 힘이 가해진다.



균형을 잡기 위해 자연스럽게 하체에 힘이 가해진다. 무릎이 연료통을 조이면 조일수록 모터사이클은 흔들리지 않는다. ‘니그립’의 장점이다. 좁은 길일수록 허벅지를 더욱 조여야 비틀거리지 않는다.

클래식 바이크 R nine T. 소장용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주위에서 말한다. 모셔다 두고 보기 만해도 눈은 즐거울 것. 그렇지만 시트에 올라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 순간 야수의 거친 숨소리를 듣는다. 박차를 가하면 심장이 터질듯한 질주를 맛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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