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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자의 좌충우돌]초보, ‘1800㏄를 타다’

사진부 박민규 2014.08.18 11:00

무려 1800㏄를 탔다. 혼다 골드윙 F6C. 일명 ‘발키리’.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다. 사실 초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혼다 골드윙 F6C. 일명 ‘발키리’. 무게는 340㎏.


배기량은 1832㏄. 웬만한 중형차급이다. 가격은 2490만원. 두발 달린 쏘나타다. 보는 순간 크기와 위용에 위축된다.

시작할 때와 끝날 때 5분을 주의하라는 축구격언이 있다. 처음 타는 기종은 항상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키(key)를 돌리는 순간 긴장은 최고조에 이른다. 심장은 ‘두근두근’.

배기량 1832㏄의 혼다 골드윙 F6C는 웬만한 중형차급이다.


전진 주차된 모터사이클을 운행하기 위해서는 뒤로 빼야한다. 클러치를 잡고 기어를 중립에 놓는다. 왼손으로 핸들을, 오른손으로 리어시트 손잡이를 동시에 잡는다. 슬그머니 오른손에 힘을 가해 뒤로 밀어본다.

꿈쩍도 않는다. 힘을 더 가해본다. 받침대는 만약을 위해 내려놓은 상태. 움직일 수는 있지만 불안하다. 다리도 후들거린다.

혼다 코리아 김민우씨는 무거운 중량의 모터사이클은 차라리 시트에 앉아 두발을 내리고 뒷걸음으로 후진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라고 조언한다.

시트고 735㎜ 무게 340㎏의 혼다 골드윙 F6C는 올라타고 뒷걸음으로 후진하는 것이 안전하다.


고개를 돌리는 것보다 사이드미러를 보며 움직이는 것이 더 낫단다. 고개를 돌리게 되면 자칫 균형을 잃을 수 있기 때문.

‘발키리(Valkyrie)’는 1996년 미국 대륙 횡단을 위해 탄생했다. 2003년 단종된 후 10년 만에 근육형 크루저로 재탄생한 것.

340㎏의 차체중량에 수평대향 6기통 엔진. 무게는 그동안 다뤘던 모터사이클과 차원이 다르다. 무겁다. ‘저중량 설계’라는 메이커 측 설명이 무색하다. 기존의 골드윙 시리즈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얘기.

F6C는 미국대륙횡단을 위해 1996년 탄생한 후 2003년 단종된 후 10년만에 머슬 크루저로 재탄생했다.


F6C 시트에 올라 다리를 내려 왼쪽으로 기울어진 몸체를 세워 본다. 생각한 것 보다 무겁지는 않다. 두 다리가 편히 내려지니 안정감과 함께 약간의 자신감도 생긴다. 시트고는 735㎜. 짧은 다리도 발바닥 뒷금치까지 지면에 여유 있게 닿는다.

‘작전명 발키리’ 이번 시승의 목표다. 영화이름에서 따왔다. 무게에 대한 긴장감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 과제.

열쇠를 ‘ON(온)’까지 돌리고 스타트버튼을 누른다. ‘으르렁’거린다. 언제든지 뛰쳐나갈 기세다.

풀디지털 방식의 계기반. 작지만 있을건 다있다. 속도·유량회전계 등이 디지털로 표시된다.


중립상태에서 스로틀을 당겨봤다. 먹잇감을 앞두고 포효하는 사자처럼 당차다. 디지털 계기반의 회전계 눈금 그래프가 순식간에 올랐다 내려간다.

1단 기어를 넣었다. 꽉 잡은 클러치를 살짝 놓자 스로틀을 당기지 않았는데도 바퀴가 구동된다. 마치 오토매틱 자동차 ‘D’ 모드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 않으면 앞을 향해 구르는 것처럼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한다.

저회전 토크가 강력하기 때문. 어지간해선 시동을 꺼뜨릴 수 없다. 심지어는 5단 출발도 가능하단다.

혼다 골드윙 F6C 엔진은 1832CC 수평대향 6기통. 언덕길에서도 스로틀 조작없이 출발할 수 있을 정도로 파워가 강하다.


지하3층 주차장에서 조심스럽게 빠져나간다. 어깨가 잔뜩 긴장됐다. 저속 방향전환이 불안하다.

건물을 빠져나왔다. 유턴을 해야 한다. 반대 방향으로 차가 줄지어 지나간다. 오늘따라 정체다. 신호 받으면 뚫고 나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무거운 차체 때문에 저속에서의 급격한 방향전환은 조심해야 한다. 언제든지 다리 내릴 준비를 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조심스럽게 돈다. 성공이다.

가볍게 스로틀을 비트니 힘차게 나간다. 빠른 속도에 목이 젖혀진다. 누군가 뒤에서 등을 떠미는 느낌.

가볍게 스로틀을 당기면 누군가 갑자기 등을 미는 것 처럼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영동대교 남단에서 좌회전을 위해 정차. 옆 차선 운전자가 창밖으로 고개를 빼들고 나를 향해 소리친다. “무지 무겁죠?”라며 몇 번씩 묻는다. 신기한 듯 이리저리 바라본다. 어깨가 으쓱해진다.

모터사이클 타면서 받은 첫 질문이자 관심이다. “그래도 차보다는 가벼워요” 웃으며 대답했다.

한남대교를 건넜다. 1호터널 쪽으로 차들이 밀린다. 남산 소월길로 방향을 틀었다. 자연스럽게 커브 길을 경험할 수 있는 곳.

혼다 골드윙 F6C는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회전시 원하는대로 눕힐 수 있다.


조심스럽게 F6C ‘발키리’를 눕혔다. 생각보다 가볍다. 몸이 크다고 둔할 거라는 생각은 오해였다.

낮은 위치의 엔진이 저중심을 가능케 했다. 왼쪽 오른쪽 연속 커브에서도 가볍게 눕는다. 파전 집 부침개 뒤집듯 수월하다. 내 능력을 기계가 알아서 뽑아내 주는 것 같다.

달릴 때는 무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스로틀을 비틀자 주변 건물들이 ‘빨리 감기’ 하듯 내 뒤로 사라진다. 물 밖으로 솟구치는 돌고래처럼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순간가속이 차고 넘친다. 그러고 보니 검고 풍만한 바디가 돌고래를 닮았다.

돌고래를 연상시키는 F6C의 바디라인.


저회전 영역(4000rpm)에서의 넘치는 토크(167Nm)는 급격한 감속 시 기어를 낮추지 않아도 힘들어 하지 않는다. ‘5단 기어’에서 서행을 해도 꿀럭거리지 않는다. 한 번 건 시동은 웬만하면 꺼지지도 않는다.

1단 출발을 하면 오히려 손과 발이 바쁘다. 스로틀을 조금만 당겨도 금세 고단기어로 올려야 할 정도로 가속력이 뛰어나기 때문. 2단 넣고 스타트를 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혼다 골드윙 F6C 클러치 레버를 끝까지 당기려면 아귀힘이 필요하다. 엄지손가락을 받친 상태에서 검지·중지 두 손가락만으로 레버를 끝까지 당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혼다 골드윙 F6C의 클러치 레버. 끝까지 당기려면 아귀힘이 필요하다.


멈춘 상태에서 기어를 중립에 놓기 위해서는 다섯 손가락으로 움켜줘야 한다. 운동기구처럼 장력이 강하다. 평소에 악력기로 힘을 길러야 할 듯.

적당한 체력만 받쳐준다면 발키리는 까다롭지 않다. 큰 덩치의 주눅에서 해방된다면 그 다음에 감수해야할 것은 주위의 강력한 시선 뿐.


혼다 골드윙 F6C를 운행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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