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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자의 좌충우돌]초보, ‘밤에 타다’

사진부 박민규 2014.08.06 13:30

밤에 탔다. ‘고수’ 하나 ‘초보’ 둘. 물론 난 ‘초보2’. 셋이 동시에 출발한다.

야간 라이딩. 장점은 낮에 비해 도로에 자동차가 많지 않고 더위를 피해 달릴 수 있지만 위험요소도 많다.

삐뚤빼뚤 어긋나며 간다. 이렇게 박자를 못 맞추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초보1’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모터사이클은 공교롭게도 모두 BMW. 함께 타는 건 처음. 역시 같이 가는 건 어렵다.

‘고수’는 파이낸셜뉴스 서동일 기자. ‘초보1’은 아시아경제 윤동주 기자. 나는 ‘초보2’다. 모터사이클은 ‘고수’는 R1200R, ‘초보1’은 뉴 R nine T, 난 F700GS.

야간 라이딩에 함께한 모터사이클. 왼쪽부터 BMW R 1200 R, R nine T, F 700 GS.


R 1200 R은 배기량 1170㏄. 공유랭식 수평대향2기통 엔진이다. 공유랭식은 바람으로 열을 식히고 보조적으로 엔진오일도 냉각에 활용되는 것을 말한다. 장르는 네이키드.

뉴 R nine T는 배기량 1170㏄. 공유랭식 수평대향2기통 엔진. 네이키드 장르의 고전적인 레트로 바이크다. 클래식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F 700 GS는 배기량 798㏄. 수랭식 병렬 2기통이다. 엔듀로 모터사이클로 온·오프로드 모두 주행할 수 있다.

‘고수’는 모터사이클 경력이 10년을 넘는다. ‘초보1’은 올해 입문했다.

‘고수’가 서대문구 남가좌동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다. 미리 예고했다. 출발 전 약속.

함께 야간 라이딩한 ‘고수’ 파이낸셜뉴스 서동일 기자(왼쪽)와 ‘초보1’ 아시아경제 윤동주 기자.


출발에 앞서 ‘고수’가 수신호 몇 개를 가르쳐 준다. 손을 들어 엄지와 검지를 펴면 주유소 들르기. 헬멧을 주먹으로 가볍게 ‘톡톡’ 치면 쉬어가자는 것.

같이 갔다고 말하기 어려운 정도로 멀찌감치 떨어져 갔기 때문에 수신호는 쓸 일이 없다. 밤이라 잘 보이지도 않았을 것.

같이 주유소에 들어간다. 잘 타보자고 서로 격려를 한다. ‘고수’는 주유하는 데도 여유롭다. 고급유 얘기가 나왔다. 넣으면 노킹 현상도 일어나지 않고 연비도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고수’는 일반유를 넣었다.

주유소에서 자신의 모터사이클 BMW R 1200 R에 주유하는 ‘고수’ 파이낸셜뉴스 서동일 기자.


목적지는 임진각. 연세대 앞을 거쳐 수색, 일산에서 통일로를 타고 계속 직진하면 임진각이다.

시내는 퇴근길이라 막힌다. 중간에 차가 끼어들면 일행이 한동안 흩어진다. 자동차들이 서로 먼저 가려고 머리를 들이밀면 브레이크 레버를 잡고 눈앞에서 사라지는 ‘고수’의 모터사이클을 애처롭게 바라본다.

결국 빨간 등이 켜진 횡단보도에 가서야 ‘고수’의 모터사이클을 발견한다. 그나마 나는 두 번째. ‘초보1’은 신호가 바뀌고 출발할 때까지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초보1’은 나만큼 못 탄다. 항상 처진다. 조심스런 기어변속. 스로틀을 당기는데 인색하다. 연비는 좋을 것 같다. 새색시처럼 얌전하게 운전한다. 같이 가는 사람은 좀 힘들다. 배기량 1170㏄가 무색하다. 지금 같으면 125cc 스쿠터에게도 추월 당할것 같다.

주차중인 ‘초보1’ 아시아경제 윤동주 기자. 두 다리를 내린 자세만 봐도 초보.


서울 수색을 지나 경기도 일산 서정마을로 향한다. 접도 구역이라 그런지 주변에 건물들이 없다.

퇴근할 때마다 느끼고 있었지만 이곳은 지날 때 마다 시원하다. 이곳만 유독 그렇다. 마치 한여름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처럼 시원하다는 느낌이 확 든다.

길지는 않지만 유일하게 상쾌함을 느끼는 곳. 서울 용산 빵공장 옆을 지날 때면 일부러 고소한 냄새를 맡으려고 자동차 유리창을 내리곤 했다. 마찬가지다. 상쾌한 바람을 느끼기 위해 코 평수를 넓혀본다.

경기 일산이다. 여기도 차는 많다. ‘고수’는 앞서고 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쓴다. ‘초보1’은 전혀 그런 노력은 하지 않는다.

결국 ‘고수’가 비상등을 켜고 멈춘다.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 한참을 기다리니 ‘초보1’이 도착한다.

갑자기 앞에서 자동차가 멈추는 바람에 한참을 뒤에서 꼼짝없이 서있었다고 한다. 황당한 표정이 역력하다. 한숨을 쉬며 이제부터 먼저 가란다. 여태껏 먼저 가고 있었는데….

‘초보1’ 아시아경제 윤동주 기자(왼쪽)와 ‘초보 2’인 나.

‘고수’가 “이제 천천히 갈테니 함께 가자고” 말한다. 다시 출발. 시내를 빠져 나와 통일로에 들어선다. 제한속도까지 스피드를 올릴 수 있을 정도로 한산하다.

한참을 달리던 중 ‘초보1’이 다시 안 보인다. 다시 비상등을 켜고 한적한 곳에 모터사이클을 정차. 곧 나타났다. 연료부족 경고등이 들어왔단다. 그래서 더욱 속도를 내지 않고 천천히 왔다고 한다. 연비주행이라며.

고수의 R 1200 R과 하수1의 R nine T는 유량게이지가 따로 없다. 그래서 주유 후 운행 거리로 판단해 급유를 한다고 한다. 고수는 그렇게 했고 초보1은 경고등 들어올 때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

주변에 주유소도 없는 한적한 국도에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이런 경험은 누구나 겪고 싶지 않을 것. 첫 주유소에서 무조건 기름 넣자고 한다. 주유 하고나니 ‘초보1’의 표정이 한결 밝아진다.

‘고수’ 파이낸셜뉴스 서동일 기자(왼쪽)가 임진각 주차장에서 자신의 모터사이클 R 1200 R을 주차하고 있다.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경고등 들어오고 얼마나 더 탈 수 있을까 궁금했다. 보통 2~3ℓ 남으면 불이 들어온다고 한다. 최소한 30㎞는 더 운행이 가능. 그래도 불안하게 타는 것 보다 빨리 주유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임진각에 도착했다. 상가 조명 외에는 주변이 컴컴하다. 별은 도심보다 훨씬 밝게 빛난다. 하늘이 맑은지 유난히 별들이 많다.

‘고수’가 말한다. “밤에는 앞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노면 상황을 항상 주시해야 한다.” 움푹 파인 도로는 야간에는 더욱 위험하다.

돌아간다. 이번에는 각자 알아서 가기로 했다.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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