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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자의 좌충우돌]초보, ‘빗속에 타다’

사진부 박민규 2014.07.24 13:30

빗속에 탔다. 헬멧 쉴드에 빗방울이 고여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와이퍼라도 달아야할 것 같다. 당황스럽다.

주변엔 비가 오면 아예 타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운행 중 비가 오면 버리고 가야하나?

갑자기 비가 내리면 주변도 어두워지고 노면은 미끄럽다. 평소보다 속도를 줄이고 노면에 미끄러운 것들을 잘 살펴야한다.

내게 처음으로 ‘제꿍’(제자리에서 넘어뜨리는 것)의 추억을 안겨준 BMW F700GS. 경기도 이천 BMW 라이딩 스쿨 사전 교육에서 처음 만났다.

메쳐서 무척 미안해했고 그래서 인상에 남았던 바이크다. 잠시 스쳤지만 다시 인연이 됐다. 배기량은 798㏄. 가솔린을 연료로 쓰고 수랭식 병렬 2기통이다.

BMW F700GS는 배기량 798㏄ 수랭식 병렬2기통이다. 온·오프로드 모두를 아우를수 있는 전천후 모터사이클

엔듀로 모터사이클이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가리지 않고 주행할 수 있다. ‘장거리 지구력 테스트 레이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산과 들에도 가고 도로에서도 탈 수 있다는 말.

장르는 멀티퍼퍼스라고 한다. 다목적이라는 뜻. 중량은 209㎏이고 시트고는 820㎜. 양쪽 허벅지를 모터사이클에 조이는 ‘니그립’을 해보니 맞춤옷처럼 차지게 붙는다.

BMW F700GS는 엔듀로 바이크다. 허벅지를 조이면 모터사이클과 한몸이 되는 느낌이다.


홈페이지를 보면 가벼운 무게와 낮게 설정된 시트고로 여성 라이더에게 완벽한 올라운드 엔듀로로 거듭났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난 깨금발 ‘루저’.

그동안 약간의 실력향상이 있었나 보다. 이제는 별로 두렵지 않다. 다리가 닿지 않아도 괜찮다. 직선도로를 달리면서 맨홀 뚜껑을 피해 카운터스티어링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앞 타이어와 반대로 꺾는다고 해서 붙혀진 용어. 오른쪽 핸들을 밀면 오른쪽으로 왼쪽 핸들을 밀면 왼쪽으로 모터사이클이 향한다. 모터사이클 타면서 꼭 필요한 기술이다.

빗길에서는 맨홀뚜껑이나 철판, 심지어 차선들도 피해가는 것이 최선이다.


도로에는 맨홀 뚜껑들이 많이 노출돼 있다. 아무생각 없이 그 위를 지나면 바이크가 심하게 덜컹거리고 허리에 무리가 간다.

맨홀은 주로 가장 바깥 차선 쪽에 많이 있다. 비올 때 가장 위험한 것이 맨홀 뚜껑이다. 철제 뚜껑이 비에 젖으면 매우 미끄럽다. 얼음판 같다. 웬만하면 피해가는 것이 상책.

비오는 날 좌회전하던 중 연달아 있는 맨홀 뚜껑을 못보고 지나가다 바퀴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갑자기 ‘기우뚱’하며 넘어질 뻔 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다.

비에 젖은 맨홀 뚜껑은 매우 위험. 모터사이클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미끄럽다. 피해가는 것이 상책.


위험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실제 겪어 보니 심각했다. 어쩔 수 없이 맨홀을 지나가야 할 경우 무조건 수직으로 지나가야한다. 모터사이클을 눕히게 되면 미끄러지기 십상.

장마철이 왔다. 어쩔 수 없이 비가와도 모터사이클을 타야하는 경우가 있다. 맨홀뚜껑 뿐만 아니라 도로에는 씻기지 않은 이물질들이 많다.

가장 미끄러운 시기는 비가 처음 내리기 시작한 뒤 몇 분 동안이라고 한다. 오히려 비가 내리고 어느 정도 지나면 도로는 깨끗하게 씻긴다고 한다.

하지만 차선이나 강철판, 건널목 등은 매우 미끄럽다. 초보뿐만 아니라 좀 탄다는 사람들도 조심해야한다.

비오는 날 주행중 맨홀 뚜껑위를 어쩔 수 없이 지날 때는 모터사이클을 기울이지 말고 수직으로 지나가야한다.


오랜 경력의 라이더를 만났다. 그는 대뜸 모터사이클 운전자가 초보인지 아닌지는 정차했을 때 서 있는 자세만 보아도 안다고 말한다. “두발을 동시에 내리고 있으면 초보. 한발만 내리고 나머지는 발판위에 올려놓고 있으면 능숙한 운전자”란다. 통상교섭본부장 재직 시 스쿠터로 출퇴근 했던 김종훈 의원의 말이다.

초보 티 안내보려고 오른발 만 바닥에 내려 본다. 까치발이다. 예전에 배웠던 ‘세븐’ 자세를 취해본다. 숫자 ‘7’처럼 안장을 허벅지로 걸치고 나머지 자리를 지면에 내려놓는 것을 말한다.

골반을 오른쪽으로 밀어 좀 더 다리를 내린다. 발바닥이 땅에 닿기는 하지만 다리가 후들거린다.

F700GS의 계기반. 속도, 알피엠, 주행정보 등이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역시 초보에게는 두 다리를 동시에 내리는 것이 편하다. 그렇지만 초보로 보이는 건 싫다. 힘들어도 익숙할 때까지 노력해보기로 했다.

설 때 마다 한쪽 다리로 착지하는 연습을 해본다. 조금씩 익숙해진다. 한 다리 착지는 출발할 때 좋은 것 같다. 스로틀을 당기면서 가볍게 출발할 수 있다.

길을 걷다 마침 신호대기 중인 경찰순찰대 모터사이클 행렬이 보인다. 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지켜봤다. 모두 오른쪽 다리를 내리고 왼쪽 다리는 발판에 걸쳐놓고 여유있게 자리에 앉아 있다. 기어는 ‘중립’. 클러치에서 손가락을 떼고 가볍게 핸들을 잡고 있다. 훈련 받은 경찰들의 자세다.

BMW F700GS는 연료탱크가 시트아래 위치해 무게중심을 낮췄다. 무게중심이 낮으면 코너링시 안정적으로 회전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저속 주행에 관한 팁도 줬다. 웬만하면 두 다리를 발판에서 내리지 말고 양쪽 허벅지를 가볍게 모터사이클에 밀착하고 이동하면 흔들리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고 한다. 모터사이클과 한 몸이 되란 말 같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시내주행을 하면 아주 천천히 서행할 경우가 무척 많다. 차량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갈 경우 발판에서 다리를 내리면 바이크가 흔들리기 쉽다. 핸들은 춤을 추고 몸은 균형을 잃는다.

잘못하면 서 있는 차량의 사이드미러를 칠 수도 있다. 2종소형 시험장 코스 중 ‘협로’가 왜 있는지 이해되는 대목이다. 허벅지를 붙일수록 안정적이다.

물에 반사된 F700GS의 모습.


그동안 어깨와 팔, 손목 등이 경직되지 않게 만 신경 썼다. 아무리 상체가 안정적이라도 다리가 문어 유영하듯 후들거린다면 모터사이클은 휘청거릴 것이다.

하체가 잘 고정된다면 어깨가 경직되지 않아 핸들을 부드럽게 쥐고 가볍게 방향전환을 할 수 있게 된다.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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