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의 좌충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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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다

[박 기자의 좌충우돌]모터사이클 왕초보 ‘로망에 도전하다’

사진부 박민규 2014.06.03 12:17

남자들의 로망, 모터사이클. 이 로망을 실현하는 남자들은 몇이나 될까.

대부분 주변의 만류로 핸들을 만져보지도 못한 채 꿈을 접는다. 결혼한 남자의 경우는 더욱더 아내의 눈치만 보다 말도 꺼내지도 못하거나 한방에 ‘깨갱’(?)하는 메가톤급 반발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모터사이클을 주저케하는 가장 큰 무기는 ‘죽음’이다. 오토바이를 사는 순간 천국행 급행 티켓을 구입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모터사이클은 죽음으로 가는 고성능 상여로 여기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렇다면 정말로 ‘모터사이클=사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일까. 자동차에 비해 사망률이 훨씬 높은가. 놀랍게도 모터사이클의 사고건수와 사망건수는 같은 비율의 자동차에 비해 현저히 낮다. 다만 사고가 났을 때 사망확률은 다소 높다는 것이다.

자동차 누적등록대수는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2014년 3월말 기준 1950만여대라고 한다. 올 하반기에는 2000만대 돌파를 예상한다. 사고율, 사망률이 높다고 하지만 자동차운전면허 따는 것을 만류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만 18세가 되는 순간부터 자동차 면허는 필수품으로 여겨진다. 면허를 따면 차를 사려고 돈도 모으고 어떻게든 ‘오너 드라이버’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노력한다. 일련의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그에 비하면 모터사이클을 타는 사실은 감추기 급급하다. 누가 알면 뜯어 말리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럽다. 동호인들이 끼리끼리 즐기거나 영업용 오토바이를 타고 곡예운전을 하며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피자배달을 하는 청년이 스쿠터를 지그재그로 몰며 차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어느 누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싶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폐쇄적이고 유치한 모습이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고 있는 듯하다.

최고 난관인 ‘굴절코스’. 대부분의 응시자가 이 곳에서 떨어진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의 모터사이클은 폭주족, 영업용, 부유층의 한가한 취미 등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고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망은 로망이다. 배우고 싶으면 배워야 한다. 자전거는 탈줄 알지만 모터사이클은 생초보인 박 기자가 ‘좌충우돌’ 배우고 익히는 모습을 연재하고자 한다.

어느 정도 초보인가? 시동? 거는 방법조차 모른다. 기어? 역시 다뤄본 적이 없다. 안장에 앉아 보니 불안하다. 그래도 멋진 모터사이클이 타고 싶다. 그래서 도전한다, 2종소형면허.

2종소형면허는 125cc 이상의 모든 모터사이클을 운행할 수 있다. 125cc 미만은 원동기면허나 자동차 면허(1종, 2종)를 갖고도 운행할 수 있지만 125cc이상 중대형 모터사이클을 몰기 위해서는 별도의 면허가 필요하다. 2종소형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시험장과 운전면허학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운전면허시험장은 어느 정도 탈 수 있는 실력(?)이 되면 몇 번 떨어질 각오로 도전하면 된다. 면허 취득절차는 자동차면허 절차와 동일하다. 1종보통이나 2종보통을 가지고 있다면 기능시험만 보면 된다.

운전면허학원은 학과수강, 학과시험, 장내 기능수강, 장내 기능시험의 절차가 있다. 학과수강은 면허가 없는 사람은 5시간이고 1·2종보통 소유자는 3시간, 원동기면허 소유자는 면제이다. 학과시험은 1·2종보통 및 원동기 소유자는 면제다. 장내 기능수강은 10시간(1·2종보통 소유자 포함)이고 원동기면허 소유자는 6시간이다.

기자는 학원을 선택했다. 모터사이클도 없고 독학으로 연습할 자신도 없었다. 또, 운전면허학원의 합격률의 면허시험장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가장 어려운 ‘굴절코스’를 한 학원 수강생이 지나가고 있다. 노하우는 ‘몸 기울이기’.



원동기 소유자인 필자는 6시간을 이틀에 걸쳐 탔다. 1985년에 원동기면허를 취득했으니 30년된 장롱면허다. 그나마 원동기면허가 있어서 학원비도 거의 절반가격인 16만7000원을 냈다. 그렇지 않다면 3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2종소형면허는 우스갯소리로 사법시험보다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만만하지 않다는 얘기다. 대부분 첫 코스인 굴절에서 고배를 마신다. 떨어지는 데 10초도 안 걸린다. 아무리 대기자가 많아도 시험은 한 시간 내에 끝난다고 한다.

첫 한 시간은 모터사이클을 기울이지 않고 똑바로 세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시동을 켰다. 열쇠를 ‘온(ON)’ 위치에 놓은 후 스타트버튼을 누르니 끄르륵하면서 시동이 걸린다.

핸들 왼쪽에 있는 클러치를 잡고 왼쪽 발아래 놓여 있는 기어를 발로 지그시 눌러 아래로 내리면 1단이다. 이 상태에서 오른쪽 손잡이에 자동차 악셀레이터 역할을 하는 스로틀을 가볍게 몸 쪽으로 당기면서 다시 클러치를 얌전히 풀어야 앞으로 나간다.

첫 시도는 실패. 클러치를 너무 일찍 푸는 바람에 시동이 ‘푸드득’하고 꺼졌다. 두 번째 역시 실패. 강사한테 핀잔을 들었다. 세 번째 시도 만에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부드러운 출발은 아니고 ‘울컥’ 하면서 튀어나가다 이내 안정을 찾았다. 한 바퀴 돌고 돌아와 오른발 아래에 놓여 있는 뒷 브레이크를 눌러 서는 연습을 했다.

자동차 운전하듯 처음에 강하게 밟다가 살짝 놓으며 부드럽게 서보려고 노력했으나 모터사이클은 하염없이 앞으로 가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웠다. 왼발도 어색했다. 정지하는 순간 왼발이 내려와 자연스럽게 지지대 역할을 해줘야하는데 겉돌았다. 다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강사는 “멈추는 순간 동시에 오른발은 뒷브레이크를 누르고 왼발은 가볍게 착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열 번 정도 트랙을 돌아 서기를 반복하니 조금씩 감이 온다.

성산자동차운전전문학원에 비치된 배기량 250cc의 연습용 모터사이클.



한 시간이 지났다. 10분 휴식이다. 손목이 아프고 목도 뻣뻣하다. 엉덩이에는 땀이 찼다. 스쿠터는 30년 전에 타봤고 자전거는 아직도 가끔 타니까 이정도 쯤이야 하고 쉽게 생각했지만 250cc 오토바이는 간단치 않았다. 무게도 무거워서 핸들을 돌리면서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자리에서도 많이 기울어지면 힘 한번 못쓰고 바닥에 메칠 것 같다.

두 시간째다. 처음보다 수월하다. 이젠 고개를 돌려 주변에 놓인 물건들이나 면허학원 주변에서 연습하는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느껴진다. 계속 트랙을 돈다. 그리고 선다.

30분 정도 지나니 강사가 자기 앞에 정지하라고 손짓한다. 능숙하게는 아니지만 보란 듯이 섰다. 이제 트랙을 무조건 돌지 말고 트랙 중간쯤에 있는 외선 안쪽으로 그려진 내선을 지키면서 지나가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쉽지 않다. 똑바로 가려고 하면 할수록 어깨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선을 벗어나기 일쑤다. 인터넷 뒤져보면 굴절 이외에는 다 쉽다고 하는데 다 어렵다. 연습하다보니 실력이 늘기보다 걱정이 앞선다. 협로를 지날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제대로 안되니까 나오는 반응이다.

세 시간째다. 강사가 코스에 대해 설명한다. 굴절코스, 곡선(S)코스, 좁은 길 코스, 연속진로전환코스 이렇게 4개다. 강사의 얘기로는 굴절코스에서 거의 다 떨어진다고 한다. 처음이니까 감을 익히는 정도로 돌아보라고 한다.

굴절코스는 직각으로 핸들을 오른쪽, 왼쪽 이렇게 두 번 꺾어야 빠져나올 수 있다. 경력이 많은 후배기자 왈 “지금도 시험보라면 굴절은 자신 없어요”, “잘 탄다는 사람이 오히려 더 떨어지기 쉬워요”라고 말하며 비정상적인 시험이라고 열을 올린다. 모터사이클 타는 사람들은 이렇게 직각으로 회전하는 운전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튼 테스트를 위한 코스인가보다. 규제개혁 한다는데 2종소형에서는 굴절을 개혁해야 하지 않나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첫날의 기능수강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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